국내에는 약 2,300여 개의 사회적기업이 있으며 약 4만 5천여 명의 근로자들이 사회적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중 약 60퍼센트인 2만 8천여 명이 장애인, 고령자, 저소득층 등 고용노동부에서 분류한 소위 취약계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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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의 근간이 된 사회적기업 육성법은 애초부터 자활 기업의 연장선에서 취약계층 고용을 촉진하려는 의도를 강하게 내포했습니다. 그러나 취약 계층을 채용하고 활용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시간과 비용도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상당수의 사회적기업이 인적 자원에서 경쟁 우위를 갖지 못하고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합니다. 취약계층을 고용한 기업은 종종 노동생산성 저하나 원가 절감 실패로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사회적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필자는 테스트웍스의 고용 대상을 ‘취약계층’이 아닌 ‘잠재력이 있지만 기회를 가지지 못했던 분들’로 정의하며 이분들이 가진 한계와 제약보다 장점에 주목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STEM 분야의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장점 기반의 직무개발 및 교육 제공, 시범 프로젝트 적용 및 고객 만족 확보, 성장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 구축이라는 실행 방안을 정하며 이를 실천하기 시작했습니다.
실행 방안 1
장점 기반의 직무 개발 및 교육 제공
사례➊ 소프트웨어 테스터
STEM 영역에서 소프트웨어 분야는 요구 사항 분석, 설계, 구현
(coding), 검증
(testing) 등의 공정 과정을 거쳐 제품을 출시하며, 소프트웨어 규모가 커질수록 여러 직무의 엔지니어를 필요로 합니다. Microsoft 등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직군은 SW 제품 개발을 위해 요구 사항 분석 및 프로젝트 관리를 하는 프로그램 매니저
(PM, Program Manager), 요구 사항에 맞게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SDE, Software Development Engineer), 구현된 소프트웨어가 요구 사항에 맞게 개발되었는지 고객과 사용자 입장에서 검증하는 소프트웨어 테스터
(STE, Software Test Engineer) 등으로 구분됩니다. 테스트웍스는 이 중 소프트웨어 테스터 직무가 경력단절 여성과 장애인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소프트웨어 테스트는 대부분 짧은 시간에 대규모로 이뤄지며, 반복적 실행과 사용자 입장의 시스템 분석이 필요한 객관적인 검증 과정입니다. 따라서 제품의 명세와 요구 사항을 구조적,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논리력, 제품에 대한 호기심과 고객의 입장에서 제품의 결함을 찾아내는 공감 능력 및 창의력, 결함이 수정될 때까지 개발자 및 프로그램 매니저를 설득할 수 있는 소통 능력 등이 요구됩니다. 경력단절 여성들이 보유한 사용자 중심의 직관적인사고, 우수한 소통 능력, 업무에 대한 책임감 등이 소프트웨어 테스터 직무와 부합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사례➋ 인공지능 데이터 라벨러(Data Labeler)
장애인과 소프트웨어 분야 직무의 적합성과 관련해서, 덴마크의 사회적기업인 스페셜리스테른
(Specialisterne) 의 성공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페셜리스테른은 월등한 지능, 관찰력, 집중력, 반복 작업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자폐 장애인을 소프트웨어 테스터로 교육한 후, SAP의 소프트웨어 테스터로 취업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테스트웍스도 자폐 장애인의 장점에 주목하고 외국계 회사 A사와 함께 자폐 장애인 취업을 위한 소프트웨어 테스터 양성 교육을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테스터의 경우 보안 상의 이유로 실제 개발자와 같은 공간에서 근무해야 하는 제약이 있어, 국내에서 자폐 장애인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테스터 직무를 개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자폐 장애인의 장점을 살리면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다른 직무를 물색하게 되었고, 새롭게 발굴한 직무가 바로 인공지능 데이터 라벨러입니다.
인공지능 데이터 라벨링은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 형태로 변형하거나 가공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사람은 자동차가 찍혀 있는 사진을 보면, 사진 속 사물이 자동차라는 사실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는 이를 자동차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진 위에 자동차의 위치와 크기를 입력하고, 그 위치와 크기 안에 있는 이미지를 ‘자동차’라고 표시해 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바로 데이터 라벨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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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라벨링은 난이도가 낮고 반복적인 작업이 많아 ‘AI 눈알 붙이기’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가공된 데이터를 학습하기 때문에, 정확한 데이터 라벨링과 고품질 데이터셋은 인공지능 학습률 및 성능 향상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데이터 라벨링 업무의 특성이 정확하고 정직하며 반복 작업에 쉽게 질려 하지 않는 자폐 장애인의 장점과 잘 부합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2016년 국내 최초로 자폐 장애인을 위한 데이터 라벨러 직무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경력단절 여성과 자폐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를 발굴하면서 병행돼야 하는 일은 이분들에게 적합한 교육을 제공하는 일입니다. 경력단절 여성의 경우, 40대 이상으로 10년 이상 경력 단절을 겪은 분들이 대부분이며 소프트웨어 분야를 처음 접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기초 이론을 쉬운 내용으로 풀어서 교육하고 동일한 내용을 실습과 함께 3번 이상 반복해야 했습니다
(소프트웨어 테스트 교육의 경우 약 200시간이 소요되며 60% 이상이 실습으로 구성). 이러한 반복 교육을 통해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됩니다.
자폐 장애인의 경우, 더 긴 기간의 실습을 통해 업무에 대한 규칙적인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론 교육을 제외하고 학습자의 발전 속도에 따라 3개월에서 6개월 정도까지의 실습 기간을 거치며, 규칙적인 출퇴근 시간엄수, 업무 시간과 휴식 시간 준수, 균질적인 업무 성과 여부 판단 등을 통해 교육 성과를 측정했습니다. 특히 자폐 장애인의 경우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업무 성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모님을 대상으로 수면, 식사, 운동 등의 규칙적인 생활 습관에 대해서도 확인하였습니다.
실행 방안 2
시범 프로젝트(Pilot Project) 및 고객 만족 확보
적합한 직무를 개발하고 교육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이분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는 고객을 확보하는 일이었습니다. 대기업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한 번도 영업을 해 본 경험이 없는 필자에게 기업의 사회공헌 관점이 아닌 실제 실무에서 취약계층을 활용하는 사례를 만들기 위해 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외국계 회사인 H사의 부장님을 소프트웨어 테스트 관련 세미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그분은 프로젝트를 관리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가 숙련된 인력의 이탈이라고 했습니다. 외주사의 테스트 인력이 1-2년의 근속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가는 사례가 많아 연속적인 프로젝트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필자는 경력단절 여성 대상 테스터 교육에 대해 소개하면서, 교육을 수료한 분들의 재취업 의지와 근면함, 그리고 사회 복귀에 대한 절박함과 경험을 쌓고자 하는 열망 때문에 장기근속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 결과 H사로부터 경력단절 여성이 참여할 수 있는 3개월의 시범 프로젝트 기회를 얻었고 교육생 중 세 분이 참여하게 됐습니다. 3개월 동안 이분들이 보인 업무 이해력, 근면성, 책임감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아, 우리 회사는 경력단절 여성으로 구성된 테스트팀으로 H사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인공지능 데이터 라벨링 사업의 경우, 2주 정도의 단기적인 시범 프로젝트를 거친 후 바로 고객과 계약을 하여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고객사인 S사 대표께서 우리 회사의 사회적 가치에 크게 공감하여 자폐 장애인들이 업무에 투입되는 데이터 라벨링 외주 계약을 맺고 업무가 진행됐으나, 약 2개월 후 고객사 PM의 피드백이 좋지 않아 계약이 해지되는 위기 상황이 왔습니다. 시범 프로젝트 기간 동안 보여준 자폐 장애인의 업무 성과를 믿고 본 사업이 시작된 후에 데이터 가공 결과를 별도의 검수 과정 없이 바로 고객사에 전달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데이터 라벨링 업무 결과의 품질이 일정치 않아 고객사 PM이 재차 검수하는 일이 많아지자 결국 계약 해지 의사까지 밝히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고객의 불만을 접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실행하고자 하는 진정성보다 우리가 수행하는 업무의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 후 우리 회사는 태스크포스를 가동하여 고객사에 최종 산출물이 전달되기 전까지 과정 전반을 검토하며 품질을 높이기 위한 개선 사항을 파악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고객사 PM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 PM을 선정하여 고객과의 소통을 원활히 하였습니다. 자폐 장애를 가진 사원들의 일일 성과 관리, 자가 리뷰, 동료 리뷰 등을 통해 라벨링을 마친 데이터의 초기 품질을 확보하고, 고객에게 데이터가 전달되기 전 검수자가 리뷰를 통해 최종적으로 품질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자폐 장애인들의 업무 성과가 규칙적인 생활 관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경력단절 여성을 데이터 라벨링팀의 관리자로 배치하여 자폐 장애인과 함께 업무를 수행하며 그들의 생활 관리를 돕도록 하였습니다. 소통 능력이 뛰어난 경력단절 여성의 장점과 정확함, 세부 사항에 대한 높은 집중력을 보이는 자폐 장애인의 장점을 결합한 것 입니다. 경력단절 여성과 자폐 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장점이 업무 체계 안에서 통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키면서 업무 생산성이 높아졌습니다. 데이터 품질도 향상되어 고객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품질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던 S사가 장기 고객사로 전환됐고 현재까지도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행 방안 3
성장을 중요시하는 조직 문화 구축
회사가 성장하고 직원들이 다양해지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테스트웍스에서 일하는 의미와 이유를 명확히 이해하고 회사의 핵심 가치를 공유하여 이를 끊임없이 실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테스트웍스의 슬로건
(“Growing with Employees, Customers & Society”)처럼, 개인의 성장이 고객의 성장으로, 고객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회사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다 보면 직원들이 조직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에 기여할 수 있다는 공감과 헌신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이 회사의 미션, 설립 목적 그리고 행동 강령을 명문화하고 직원들과 회사의 핵심가치를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회사의 미션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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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잠재력을 가졌지만 좌절했던 이들에게 스스로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자부심과 성장의 기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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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테스트하고 우리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한 기술 기반의 사회적기업이다(We are a Social ICT company to test ourselves and attest to ourselves).
우리 회사는 어떠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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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입니다. 우리는 일자리가 곧 밥벌이가 아니며(즉 경제적인 보상이 유일한 보상 기제가 아니며), 나답게 사는 기회, 나를 증명하는 기회, 품격 있는 삶의 기회, 성장과 자아실현의 기회라고 믿습니다. 따라서 우리 회사는 다음과 같은 다섯 번의 기회 선순환을 통해 차별 없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1) 발견: 적성에 맞는 전문 직무의 발견 기회
2) 준비: 현실적 역량을 갖출 수 있는 교육 기회
3) 경험: 유급 경제 활동 기회
4) 성장: 사회적, 직무적 성장 기회
5) 확장: 능동적 이타적 삶의 기회
우리 회사의 행동 강령(The Code of Conduct)은 무엇인가요?
1) 협업(Collaboration): 우리는 각자의 단점에 주목하기보다 장점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만들기 위해 최고의 팀워크를 만듭니다.
2) 임팩트(Impact): 우리는 우리의 직원, 고객 회사를 위해 실질적이고 정량적인 임팩트(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참여합니다.
3) 변화(Transformation): 우리는 우리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어려움과 도전을 피하지 않습니다.
4) 성장(Prosperity): 우리는 더 많은 다양한 분들에게 더 많은 공정한 기회를 드리기 위해 성장합니다.
회사의 핵심 가치를 공유하면서 성장을 중요시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직원의 개인 성장을 독려하는 한편 성과 중심의 공정한 보상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직원의 개인적 성장을 독려하기 위해, 단순히 회의에서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외에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예컨대 주기적인 커리어 개발 워크숍에서 각자의 커리어 비전 선언문을 작성하여 본인이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한 해 업무를 계획하는 시기에 업무 목표 및 수행 계획과 함께 개인적 커리어 비전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관리자와 협의하도록 독려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며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성과를 내는 직원들에 대한 적극적인 보상과 칭찬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초기 기업의 특성에 맞게 연공서열보다는 업무 성과 및 역량 성장 속도에 따라 보상하고, 필요시 성과가 좋은 직원들을 관리자로 승진시켜 다른 회사 동일 연차 대비 더 많은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