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다양성 현황(2)
기업 다양성 지표에 따른 시범조사와 결과
김현준
고려대학교 다양성연구소, 행정학과 교수
강우창
고려대학교 다양성연구소,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수한
고려대학교 다양성연구소, 사회학과 교수
신현상
한양대학교 컬렉티브임팩트센터, 경영대학 교수
양윤재
고려대학교 다양성연구소, 다양성위원회 연구교수

본 연구는 국내 기업의 다양성 현황을 판단할 수 있는 측정도구를 개발하고 정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안하고자 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의 다양성 수준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기업 간의 다양성 수준을 비교·분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측정도구를 개발 후 시범조사를 통해 2022년도 기업 다양성 현황분석의 과정과 결과를 면밀히 분석함으로써 측정도구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지속적으로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도출하였다. 기업 다양성 현황분석을 위한 시범조사는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을 아울러 조사 대상으로 하여 진행하고, 유가 증권상장기업 기준의 지표 적합성을 확인하는 것을 일차적 목적으로 하였다. 또한, 국내 기업의 규모에 따라 다양성 현황을 분석하고, 이후 국내 기업 전체로 분석을 적용하여 지표 항목의 적합성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시범조사는 기업 다양성 현황 분석을 위한 첫 조사로서 향후 기업 다양성 수준의 변화를 점검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시범조사의 조사개요
기업 다양성 현황 분석을 위한 시범조사의 조사 설계는 [표1]과 같다. 2022년 10월 말부터 약 40일간 실사를 진행하였으며, 최종 유효 샘플은 50개이다. 각 기업에서 다양성 및 HR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설문을 수행하였으며, 설문 내용에 따라 다른 부서의 협조를 받아 응답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연락처를 확보한 약 320여 개 기업에 전화로 조사요청 후 온라인으로 설문을 진행하였으며 최종 응답률은 16%이다.

[표1] 조사설계


   시범조사에서 최종 확보한 50개 유효 샘플의 기업 특성은 [표2]와 같다. 시범조사에는 상장기업 23개 사, 비상장기업 27개 사가 참여하였고 상장기업 중 14개 사는 유가 증권상장기업이다. 본 시범조사는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을 나누어 비교 분석하고, 유가 증권상장기업의 응답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코스닥 상장기업의 사례 수는 10개 미만으로, 사례 수가 적어 별도 분석하지 않았다. 참여 기업의 업종은 제조업이 1/3 이상, 서비스·금융·통신업이 1/3 정도이며 그 이외는 도소매, 운수, 건설업 등으로 나타났다. 업종별 분석을 하기에는 사례 수가 적으나, 제조업 및 다른 소분류 업종 간 특이성이 있으면 이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였다.

[표2] 응답기업의 특성

국내 기업의 다양성 수준의 종합 결과
기업 다양성 지수: 기업 다양성 종합점수
기업 다양성 종합점수의 산출은 다양성 지표 개발 과정에서 7가지 차원을 설정하여 차원별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후 다양성 지수 측정을 위한 최종 지표 투입 항목을 결정하였다. 최종 투입한 항목을 기준으로 차원별 점수를 측정한 후 각 차원의 가중치를 부여하여 최종 점수를 산출하였다. 차원별 가중치는 인적 구성과 기업전략을 각 20%, 조직문화와 지원제도를 각 15%, 직원교육, 직원평가, 직원 보상을 각 10%로 부여하였다. 기업 다양성 종합 점수는 0~100점 기준으로 산출되어 100점으로 갈수록 다양성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시범조사 결과 유가 증권상장기업(n=14)의 기업 다양성 종합 점수는 49.7로 나타났다. 상장기업 기준(n=23)으로는 49.9이고 비상장기업 기준(n=27)으로는 43.0으로, 비상장기업 대비 상장기업이 전반적인 다양성 환경이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 50.0으로 다른 업종 대비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본 조사는 업종을 구분하지 않고 항목을 측정하였으며, 측정 결과가 각 업종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특정 업종 점수가 높다고 하더라도 그 업종이 다른 업종보다 절대적으로 다양성 수준이 높다고 평가할 수 없다.

[그림1] 기업 다양성 종합점수(다양성 지수)


핵심 지표로 본 기업 다양성 수준
기업 다양성 핵심 지표는 기업의 개방성, 형평성, 포용성을 대표할 수 있으면서 2022년 시범조사 결과 기준으로 향후 다양성의 발전을 확인할 수 있는 항목으로 선정하였다. 기업 다양성 수준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는 첫째, 기업 전략을 실제로 행할 수 있는 다양성 전담 부서가 있으며 부서 책임자가 회사 대표에게 직접 보고하는가. 둘째, 해당 기업에서 다양성이 왜 중요한지 전 구성원이 이해하는지, 관련 제도와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는 다양성/포용성 전문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가, 셋째, 직급별/성별 임금 격차를 조사하여 형평성 개선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로 확인하였다. 유가 증권상장기업 기준으로 보면, 다양성 전담 부서가 있는 경우는 30% 미만이며, 그 절반 정도만이 회사 대표에게 다양성 관련 사항을 직접 보고하고 있다. 다양성/포용성 전문 교육은 54%가 실시한다고 응답했으며, 직급별/성별 임금 격차를 조사하는 경우는 3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장기업의 경우, 다양성 전담 부서를 설치 운영하는 비율이 상장기업에 비해 낮아, 다양성 전략 경영 돌입이 더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에서 다양성 관련 경영과 조직문화에 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서비스/금융업 등에서는 다양성 전담 부서 설치 비율이 낮고, 도소매/운수/건설업 등에서는 직급별, 성별 임금 격차를 조사하는 비율이 낮아 형평적 제도 정립을 위한 토대가 미흡하다고 보인다.

*다양성 전담 부서가 없는 경우 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함

[표 3] 핵심 지표에 의한 기업 다양성 수준


다양성 지수 차원별 평가
기업 다양성 종합 점수를 형성하는 7가지 차원별 점수를 0~100점 기준으로 산출하였다. 유가 증권상장기업 기준 다양성 종합 지수는 49.7로, 차원별로는 지원제도가 가장 높은 점수로 다양성 점수 상승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 기업들은 직원들에 대한 법률적 요구 사항, 복지 차원의 지원제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정착시키고 있다. 반면, 기업전략과 직원교육은 다양성 조직문화 형성을 위한 출발점이자 의지의 표현으로 중요한 영역이나, 50점 미만의 낮은 점수를 보인다. 또한, 기업전략과 함께 가중치가 높은 차원인 인적 구성도 낮은 점수를 보인다. 인적 구성의 점수가 낮은 이유는, 임원과 사내외 이사 등의 구성에서 성별을 비롯한 다양성이 부족한 이유 등에 기인한다.

[그림 2] 다양성 차원별 기업 다양성 수준 (유가 증권상장기업 기준)


   비상장기업의 경우, 가중치가 큰 기업전략 차원에서 상장기업에 비해 낮은 점수를 보였으며, 지원제도 차원 및 직원교육 차원에서도 낮은 점수를 보였다.
   종합 다양성 점수(다양성 지수)가 높은 제조업의 경우, 지원제도, 조직문화, 직원평가 등의 점수가 다른 업종 대비 크게 높은 반면, 가중치가 큰 기업전략은 유사한 수준이며, 인적 구성에서는 오히려 낮은 점수를 보였다. 이 결과는 장애인, 인권, 성평등 등의 영역에서 이미 정부와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에 부합하는 기업이라도 다양성과 포용성에 입각한 기업전략은 아직 시작 단계임을 보여주며, 특히 인적 구성의 다양성은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임을 시사한다.

[표 4] 다양성 지수 차원별 기업 다양성 수준

기업 전략 차원의 세부 평가
차원별 평가 중 점수가 낮았던 기업 전략 차원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세부 평가를 진행하였다. 기업전략 차원을 구성하는 항목은 다양성 핵심 가치 구현과 다양성 전담 조직 운영으로 구성한다. 각 항목은 이에 해당하는 각종 사항을 시행하는가에 대한 문항과 시행 정도에 대한 인지 문항 등을 포함하여 점수화하였다. 기업전략 차원 및 세부 항목에 대한 평가도 0~100점으로 분석하였다.
   유가 증권상장기업 기준으로 기업전략 차원은 49.8점으로 50점 미만의 낮은 점수이다. 차원을 구성하는 두 가지 항목 중 다양성 핵심 가치 구현은 67.9점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다양성 전담 인력이나 조직의 운영 면에서 31.8점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결과이다. 유가 증권상장기업에서도 홈페이지, 행동강령,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에서 다양성 가치를 표방하고 있지만. 조직 내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갈 전담 인력의 배치나 전담 조직의 운영은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림 3] 기업전략 차원의 기업 다양성 수준의 세부 항목 평가(유가 증권상장기업 기준)


   비상장기업은 상장기업 대비 다양성 핵심 가치 구현과 조직 운영 모든 면에서 미흡하였다. 업종별로 보면, 다른 차원과 달리 제조업의 두드러진 양상은 보이지 않았다. 서비스/금융/통신업의 경우 다양성 핵심 가치를 구현 점수는 67.6점으로 다른 기업보다 높은 반면, 다양성 조직 운영 점수는 19.7점으로 오히려 낮은 수준을 보였다.

[표 5] 기업전략 차원의 기업 다양성 수준의 세부 항목 평가

시범조사 결과에 따른 시사점
시범조사로서 샘플의 대표성에 한계가 있지만 기업 다양성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었다. 많은 기업이 다양성에 대해 시급하고 중요한 것으로 판단하지 않고 있으며, 다양성 관련 법령이 요구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을 확인했다.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전반적인 다양성 환경이 우수했지만, 다양성 핵심 가치를 기업 내부에 정착시키는 것에 앞서 대외 성과로 알리거나 소비자, 주주 등 이해관계자에 소구하는 것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다양성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시작이자 의지라고 볼 수 있는 기업 전략 측면이나 직원 교육 차원에서 점수가 높지 않았다. 장애인, 인권, 성평등 등 이미 정부와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에 부합하는 기업이라도 인적 구성의 다양성은 매우 미흡했다. 임원, 사내외 이사 등 리더쉽의 구성에서 성별을 비롯한 인적 다양성의 부족함도 드러났다. 대부분 기업에서 다양성 관련 전략, 제도, 교육, 평가 등을 시행하면서, 이를 전담할 인력 구성이나 부서를 갖추고 있지 않다. 또한 다양성 제도나 시스템에 비해 조직문화의 분위기는 아직 밝지 않아 낮은 직급의 직원이 자유롭게 상사에게 반대 의견을 개진하기가 쉽지 않다. 기업은 육아 휴직제도가 있으며 남녀 모두 신청 가능하다고 공표하고 있지만, 실제로 구성원이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문화 형성은 다소 미흡하다.
   이제 기업은 다양성과 포용성이 글로벌 사회를 향한 필수 전략으로서 기업의 발전에 꼭 필요하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형식적인 기업 다양성에서 벗어나려면, 수출기업은 물론이고 내수형 기업도 다양성, 포용성이 중요한 가치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이 되었을 때, 다양성 특화된 전문 교육을 개설하고 직원 참여를 독려할 수 있을 것이며 다양성 가치 실행을 위한 전문 인력 제안 등이 가능할 것이다.
   회사 시스템에서 다양성 요건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인적 구성의 다양성을 갖추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정규직 및 이사, 임원급에서 성별 다양성 확보에 대한 구체적 목표치가 필요하다. 성별 다양성 외에 다른 배경 조건을 가진 인력의 배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양한 인적 구성이 오래 근무하고 협업하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형평성, 포용성 환경에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고 경영자를 비롯한 리더십의 다양성 인식 전환과 함께 구체적인 세부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조직 내 다양성 기반 변화를 이끌어갈 전담 인력의 배치나 전담 조직을 운영하며, 회사 대표와 이사회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변화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목차
국내 기업의 다양성 현황(1)
국내 기업의 다양성 현황(2)
듣기
화면 설정
arrow_drop_down
  • 돋움
  • 바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