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심리와 다양성: 상담실 밖으로 나간 상담자들
정지선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다음 장면을 상상해 보자. 상담자는 여성 내담자를 만나 본격적인 상담을 진행하기에 앞서 내담자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있다. 내담자가 질병을 앓았는지, 평소 잠은 잘 자는지, 운동은 규칙적으로 하는지, 술을 마시는지 등 정보를 물어보고 있다. 그리고 내담자의 대인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남자 친구 있어요?”라고 질문을 했다. 순간 내담자는 멈칫했지만,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상담자는 계속 질문을 이어 나갔다.
   당신은 이 장면에서 어떤 문제점을 발견하였는가?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였다면 당신은 이성애자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여성에게는 남자 친구를, 남성에게는 여자 친구가 있는지를 묻는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은 이성애주의를 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내담자가 동성애자인 경우를 생각해 보자. 위에서 남자 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내담자는 처음 만난 상담자에게 자신의 성적 지향을 밝혀야 할지를 그 순간 고민하며 멈칫했을 수 있고, 아직은 밝히고 싶지 않아 없다는 말로 넘어가기로 했을 수 있다. 내담자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연인의 존재를 ‘없다’라는 말로 부인한 것에 대한 죄책감과 씁쓸함을 느꼈을 것이고, 이성애주의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는 상담자에게 얼마만큼 자신의 문제를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상담자는 내담자를 돕고자 하는 선한 의도를 가졌지만, 문제의식의 부재로 인해 내담자를 차별할 수 있다. 다양성에 민감한 상담자는 “애인 있어요?” 또는 “요즘 만나는 사람 있어요?”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 단순한 대안 질문만으로도 상담자는 내담자를 차별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성적 지향뿐만 아니라 사회 계급, 지역, 나이, 성별 등과 같은 사회 정체성 범주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도움을 받고 싶어 상담실에 찾아온 내담자가 차별을 경험하지 않도록 상담자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상담심리학 분야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다문화 상담이론 및 이후 등장한 사회정의 상담이론을 발전시켰으며 이를 실제 상담에 적용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다문화 및 사회정의 상담에 대해 소개하고, 상담자에게 필수적인 문화적 역량을 설명한다. 이어서 상담실 밖으로 나가 옹호 활동을 펼친 상담자들의 예를 소개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도 자신의 문화적 역량을 점검해 보고, 문화적 민감성을 높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다문화 및 사회정의 상담의 등장 배경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성장하고 퇴보하는지에 대한 시각은 다양하다. 인간의 마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첫 심리치료를 시도한 사람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프로이트이다. 그는 인간 내면의 무의식적 추동으로 인해 불안을 경험한다고 생각했다. 이후 등장한 인지행동 상담이론은 생각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보았고, 인간중심 상담이론은 개인의 실현 경향성이 차단된 결과로 인해 심리적 고통을 경험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상담이론들은 공통적으로 개인의 내면에 초점을 두고 심리적 증상을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시각들이 간과하고 있는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영향이다. 예를 들어, 가정폭력으로 우울과 무기력을 경험하는 여성 내담자를 상담할 때 내담자의 내면(예: 비관적인 생각이나 이상적인 자기로 살지 못하는 슬픔)에 초점을 맞추는 상담은 내담자가 속한 성차별주의적 가정환경, 고정된 성역할을 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 경력 단절 여성의 사회 진출의 어려움 등과 같이 내담자의 증상을 만들고 유지하게 하는 환경의 역할을 간과할 수 있다. 내담자의 내면과 더불어 환경적 특성을 함께 고려할 때 내담자의 문제를 다각도로 볼 수 있으며, 내담자를 더욱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기 때문에 다문화 및 사회정의 상담이 등장하였다.
   개인의 내면에 초점을 둔 상담이론들은 개인주의적 가치관을 가진 서구사회에서 만들어진 이론이다. 개인주의적 시각은 개인이 경험하는 어려움이나 고통을 개인이 극복해야 할 문제로 본다. 이러한 관점은 타인을 바꿀 수는 없지만 나 자신은 가능하므로 빠르게 해결이 가능한, 합리적인 문제해결 방법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자신이 속한 불평등한 환경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것이 될 수 있다. 다문화 상담에서는 기존 상담이론에서 간과되었던 문화적 맥락과 사회 체계를 내담자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주요하게 다룬다. 사회정의 상담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상담자가 내담자를 위한 옹호 활동 및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을 강조하는 이론이다.
다문화 및 사회정의 상담의 중요성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특정 환경에 둘러싸인다. 이 환경은 눈에 보이는 환경(예: 지역, 나라)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환경(예: 가부장주의)이다. 생애 초기에는 부모나 주 양육자를 통해, 학령기에는 교사와 또래로부터 이후에는 미디어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 우리가 속한 문화에서 허용되는 것과 허용되지 않는 것에 대한 사회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대부분 부모는 여성으로 태어난 아이에게 핑크색 옷을 입히고, 장난감으로 자동차보다는 인형을 준다.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길러진다. 이 사회화 과정은 내담자에게는 너무 당연해서 자신의 문화적 배경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화는 공기와 같다. 평소에는 잘 인식하지 못하다가 공기가 희박한 곳에 가서야 비로소 공기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이런 환경의 영향을 인식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와 같은 문화나 사회적 환경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개인의 내적 갈등만을 다루는 상담은 내담자를 억압하고 차별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예를 들어, 장애가 있는 내담자가 직장 문제로 인한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 상담자는 어디에 초점을 두고 내담자를 이해할 것인가? 첫째로 내담자가 경험하는 불안 증상을 유지하는 사고에 초점을 둔 상담을 할 수 있다. 내담자가 직장에서 실수를 많이 한다고 트집 잡는 비장애 동료들로 인해 ‘나는 완벽해야 인정받을 수 있어.’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 그것이 어떻게 내담자의 불안 증상을 유지하는지를 탐색하여 대안 사고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둘째로 불안 증상에 초점을 맞춰 정서 조절 기술을 가르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불안할 때마다 긴장을 이완할 수 있는 호흡법을 가르쳐 준다. 이와 같은 접근은 ‘틀린’ 방법은 아니지만, 내담자가 경험하는 불안을 내담자 개인의 생각 문제나 감정 조절 기술의 부족으로 보는 시각이다. 이는 문제의 원인을 내담자 내면에서 찾음으로써 내담자의 탓으로 돌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이런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문제점은 장애인을 은근히 차별하는 직장 문화나 불공평한 처우의 가능성을 간과하게 하고, 내담자가 사회에서 경험하는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유지하는 것에 상담자가 일조하는 것이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1).
   다문화 및 사회정의 상담자는 내담자의 문화적 배경이나 사회환경에 주목한다. 장애가 있는 내담자가 직장에서 어떤 차별이나 억압을 경험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상황을 내담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지를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탐색한다. 때로는 내담자가 처해 있는 상황이 내담자로 하여금 불안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환경인 경우가 있다. 상담자는 상담 개입의 방향을 내담자의 불안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을 바꾸는 것까지도 고려해야한다. 상담자는 위의 내담자와 유사한 어려움을 경험하는 사람들을 위한 상담자로서 감당해야 할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 상담자의 이러한 내담자를 위한 옹호 및 예방 활동은 상담실 안에서 이루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작업은 상담실 밖으로 나와야 가능하다.
한국 사회와 다문화 및 사회정의 상담
다문화 및 사회정의 상담은 북미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미국에서는 인종, 성별, 성적 지향으로 인한 차별과 혐오가 오랜 시간 동안 사회의 주요한 문제였고, 상담심리학자들도 차별과 억압이라는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상담자를 양성하려고 일찍부터 노력해 왔다. 1950년대부터 상담심리학자 교육에 사회 구조적 문제와 문화적 조건, 비주류 문화에 대한 이해를 포함하였다2). 이런 흐름은 미국의 경우 1964년 민권법 제6편 인종, 피부색, 국적에 따른 차별금지, 1973년 재활법 504조 장애에 따른 차별금지 등이 제정되는 등의 시대적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한국 사회는 한민족, 단일민족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질성을 강조하는 문화이다. 이런 한국 사회에 2000년대 이후 다양한 민족과 인종의 사람들이 유입되기 시작하였고, 2008년에 결혼 이민자 가정을 지원하는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되면서 다문화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한국 사회는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다문화 사회로 전환되며 크고, 작은 성장통을 경험하고 있다. 인구를 이루는 민족적 구성의 다양성은 빠르게 높아진 데 비해 이를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는 더디게 발전하면서 타자에 대한 혐오와 갈등이 드러나고 있다. 북미에서 사용되는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는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의 공존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다문화라는 용어가 한국에 와서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다문화 가정은 국제결혼 가정이나 외국인 가정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쓰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용어는 다양성을 환영하고 공존하기 위한 말이 아닌 한국인과의 인종적, 민족적 다름을 구분하고 편견을 조장하는 말이 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상담이라고 하면 마치 국제결혼 가정이나 외국인 가정을 위한 상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상담으로 더 포괄적인 개념을 가진다. 다문화라는 용어 사용의 혼란에서 알 수 있듯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다문화에 대한 지식과 명확한 개념 정립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와 같은 혼란은 상담자들도 경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성적 지향에 대해 고민하는 내담자를 만나고 있는 상담자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가치로 인해 상담 개입과 내용에 대한 혼란을 경험할 수 있다. 상담실에 찾아오는 내담자들은 인종이나 민족, 성적 지향뿐만 아니라 장애 여부, 세대, 지역, 학력·학벌 등 다양한 특성이 있다는 점에서 다문화 및 사회정의 상담은 모든 상담자들이 갖춰야 할 필수적인 역량이고, 이를 위해서는 특별한 교육이 필요하다.

사회 정체성 바퀴

문화적 역량(cultural competence): 지식, 인식, 기술
다문화 및 사회정의 상담을 위해서 상담자는 지식, 인식, 기술을 갖춰야 한다3). 이 세 가지 문화적 역량은 상담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역량이기도 하다. 아래의 설명을 읽으며 자신의 문화적 역량을 점검해 보자.
   첫 번째 문화적 역량은 문화적 지식이다. 문화적 지식은 자신과 타인 대한 지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여겨져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개인 내 다양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48쪽의 그림은 사회 정체성 바퀴이다. 그림에서처럼 다양한 사회적 정체성의 범주에 자신에게 해당하는 내용으로 빈칸을 채워보자(예: 성별 칸에는 여성, 나이 칸에는 40대 등). 참고로 ‘?’ 부분에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중요한 정체성(예: 자녀 유무, 직업 등)을 적어 본다. 그리고 각각의 범주에서 자신이 어떤 특권을 경험하였는지 혹은 억압당한 경험이 있었는지 생각해 본다. 그림의 다양한 범주에 적은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해 차별받았다면 ‘-’표시를, 특권을 경험했다면 ‘+’표시를, 그리고 차별과 특권을 모두 경험했다면 ‘-, +’ 표시를 동시에 적어 보도록 한다.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사회 정체성 바퀴의 성별, 나이, 지역 등의 측면이 종합적으로 자신에게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생각해 본다. 전반적으로 ‘+’기호가 많지만, 특정 범주에서의 ‘-’경험으로 자신을 차별받는 소수자로 생각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또한 ‘-’기호가 많아서 소수자에 속한다고 생각했을 수 있지만 ‘+’기호가 있는 곳에서는 특권을 경험했음을 깨달았을 수도 있다. 이는 우리 모두가 소수자이자 다수자라는 사실과 한 개인을 이해함에 있어서 하나의 정체성만을 놓고 생각할 수 없음을 알 수 있으며, 하나의 정체성이 아닌 여러 정체성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상호 교차성)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둘째, 자신에 대한 문화적 지식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지식도 중요하다. 이는 주변 사람들의 정체성에 대한 지식을 의미한다. 상담자의 경우 내담자에 대해(독자의 경우 주변의 중요한 사람들에 대해), 그림의 범주에 맞춰 상대에 대해 적어 보고 잘 모르는 정체성이 있다면 관련된 지식을 공부하는 것이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정체성이 현재 호소하는 문제나 성장 과정, 성격, 직업적 선택 등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노력한다는 것은 결국 내담자와 함께 이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며 상호 교차성을 고려해서 여러 정체성이 내담자의 삶 속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두 번째 문화적 역량은 상담자의 인식과 태도에 관한 것이다. 자신의 편견, 고정관념, 문화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말한다. 한국 사람이 흔히 갖는 고정관념의 예시로는 ‘낮잠을 자는 사람은 게으른 사람’, ‘남자는 군대에 가야 인생을 안다.’를 떠올려 보자4). 이와 같은 고정관념을 우리가 경계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과잉 일반화의 오류 때문이다. 새벽부터 일을 시작한 사람이 점심시간에 잠시 낮잠을 자면서 재충전을 할 수도 있는 것이고, 군대에 가지 않았더라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인생을 아는 남자도 있기 때문이다.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한 채 겉으로 보이는 단순한 정보로 한 개인을 평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내가 가진 편견과 고정관념을 인식하고 틀릴 수 있음을 아는 태도가 필요하다.
   인식과 태도에는 고정관념뿐만 아니라 세상의 작동 원리도 포함된다. 그림에 있는 범주에 따라 특권과 억압의 경험을 표시했다면 그 경험을 무엇이라고 부르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적 지향과 관련해서는 이성애를 ‘정상’으로 보는 이성애주의를, 나이와 관련해서는 어린이나 노인이 성인과 비교하여 차별받는 연령차별주의를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구조가 개인적, 제도적, 사회적 수준에서 작동하면서 불평등이 반복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상담자가 이와 같은 인식과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성소수자인 내담자가 사회에서 경험하는 차별을 상담실에서 경험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내담자의 사회적 정체성과 관련되어 어떤 사회화된 메시지를 받았는지 그것이 내담자의 문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비로소 탐색하게 된다.
   마지막 문화적 역량은 기술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다양성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 공부하고, 자신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교정하려고 노력하며, 나와 다른 타인과 소통하려고 하는 기술이다. 특히 소통의 기술은 나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갈등이 아닌 협력과 공존을 위한 기술이다. 예를 들어, 집단 간 대화(intergroup dialogue) 프로그램에서는 이러한 대화의 기술을 배우고 연습해 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 갈등 관계에 있는 두 집단의 사람들이 토론이나 논쟁이 아닌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대화를 나눈다. 이 대화 기술의 핵심은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대화를 나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와 상대의 경험상의 차이점 혹은 유사점이 단순히 개인의 특수한 경험이 아닌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는지를 고민하며 소통하는 것이다.
   상담 장면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은 내담자의 사례를 이해할 때, 상담 과정과 옹호 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내담자의 문제를 이해하고 개입하는 데 있어 환경적 취약성을 파악한다.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환경적 영향을 고려하는지, 혹은 자기 탓으로 돌리는지를 주목한다. 상담 과정에서는 내담자의 강점을 탐색하면서 그동안 침묵해 왔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다. 내담자는 이를 통해 수동적인 피해자가 아니라 자신이 처한 환경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으며, 자신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내담자와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사람들과 옹호자들이 연대할 수 있는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지막으로 상담자는 내담자를 위한 옹호 활동을 펼칠 수 있다. 이때 내담자가 원한다면 내담자와 함께 옹호 활동을 진행할 수 있고, 내담자가 행동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 상담자는 내담자가 속한 기관이나 조직은 아니더라도 사회 전반적 변화를 위한 행동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
상담실 밖으로 나간 상담자의 사례
지식, 인식, 기술의 문화적 역량은 서서히 쌓이게 된다. 필자도 문화적 다양성에 대해 알게 되면서 기존에 깨닫지 못했던 문제들이 보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상담실 밖으로 나가 옹호 활동을 펼치게 되었다. 필자는 미국 테네시대학교 심리학과의 상담심리 박사 프로그램을 졸업했는데, 이곳에서는 연구자-실무자-사회정의 옹호자 모델로 상담심리학자를 교육하고 있다. 다시 말해, 상담심리학자로서 연구를 할 수 있는 능력, 상담자로서 내담자를 만나 치료를 할 수 있는 능력, 마지막으로 사회정의를 옹호할 수 있는 능력을 훈련하는 곳이었다. 다음은 필자가 사회정의 실습 수업을 1년간 수강하면서 펼쳤던 옹호 활동의 사례이다. 위에서 소개한 내담자를 위한 옹호 활동의 사례는 아니지만, 상담자가 어떻게 옹호 활동을 계획하고 펼치며 평가하는지에 대한 사례로 소개하고자 한다. 이 내용은 필자가 출판한 학술지 논문5)의 사례 일부를 수정하고 보완하였음을 밝힌다.
   필자는 2010년 미국에서 상담심리학으로 박사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은 언어였다. 상담심리는 특히 언어가 중요한 전공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경험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언어의 한계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는 수업 시간뿐만 아니라 미국인 친구들과 어울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편하게 마음껏 얘기 나눌 수 있는 한국인 친구들과 주로 어울리고 집에 와서 쉴 때는 한국 방송을 보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그러던 중 외국인 유학생 담당 교직원과 면담할 기회가 있었다. 학교에 다니면서 경험한 차별을 털어놓았더니 교직원은 필자가 언어능력이 부족해 상황을 오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영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인 친구와 한국 방송을 멀리하고 미국인 친구와 더 많이 어울리고 영어 방송 시청하기를 추천해 주었다. 영어 실력이 늘면 학교에서의 수행도 더불어 좋아질 것이라고 격려해 주었다. 필자는 지금도 이 교직원이 악의를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교직원은 필자를 돕고자 하는 선한 의도를 가졌으나, 그 의도와는 상관 없이 필자를 차별하고 있었다. 아마 필자가 다문화 및 사회정의 상담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면 교직원의 조언을 따르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나에게 피해 의식이 있었다고 스스로를 탓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교직원의 조언은 분명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미국 남부에 위치한 테네시대학교는 외국인 유학생의 비중이 전체의 약 3% 정도로 매우 적은 편이다.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환경의 영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유학생의 차별 경험을 개인의 문제(언어 문제)로 한정해 버렸다. 또한 문화 적응 스트레스, 사회적 지지망의 부족, 향수병, 학업의 부담과 같은 외국인 유학생으로서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문제에 대한 나름의 대처 방안으로 한국인들과 교류하고 한국 방송을 본 것인데, 교직원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차별이라는 오해’가 발생한 것은 영어 실력이 부족한 개인의 문제이고, 따라서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미국인과 어울리며 영어 방송을 보도록 조언한 것이다. 이와 같은 경험은 필자 단 사람만의 특수한 경험이 아니라 같은 환경에 있는 외국인 유학생과 다른 소수자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공통적인 경험일 것이다. 또한 이는 외국인 담당 교직원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테네시대학교 교직원 전반에서 나타나는 인식 부족의 문제이며 외국인 유학생을 담당하거나 교류하는 교직원들의 인식 개선 없이는 필자와 같은 경험을 하게 될 미래의 유학생들이 필연적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외국인 유학생들이 필자와 동일한 경험을 하지 않도록 예방적 개입을 하고자 아시아권 외국인 유학생을 담당하거나 교류하는 교직원을 대상으로 인식 개선 워크숍을 기획하였다. 이를 위해 요구 분석, 워크숍 계획 및 실사, 평가의 단계를 거쳤다. 한 명의 아시아계 외국인 유학생이 워크숍을 여는 것은 그 영향력 측면에서 미미할 수 있어서 함께 협력하고 힘을 보태 줄 학교 내 기관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외국인 유학생 및 교수, 단기 교환학생들을 담당하는 기관(Center for International Education: CIE)에 연락하여 사회정의 실습 수업의 일환으로 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일이 있다면 봉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CIE에서는 단기 교환학생들을 위한 홍보 영상 만드는 일을 제안했고, CIE의 직원과 주 1회 회의를 하며 자원봉사를 진행했다. 얼핏 보면 필자가 하고자 하는 인식 개선 워크숍과는 거리가 먼 일로 보일 수 있으나 기관의 ‘외부인’이 그 기관과 관련된 일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관의 ‘내부인’이 서로 소통하며 기획한 것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관계 형성의 단계로 볼 수 있다. 이 첫 단계에서 약 한 학기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두 번째 단계로 요구 분석을 진행하였다. 필자 주변의 아시아권 외국인 유학생 4명과 외국인 유학생 담당 교직원 3명을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하였다. 면담 결과 아시아권 외국인 유학생은 교수, 같은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 함께 조별 발표를 하는 학생에게 미묘한 인종차별을 경험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수업 시간 발표 때 교수가 자신의 의견만을 무시하는 경험, 여러 학생이 모인 자리에서 그들만이 아는 속어로 농담을 해서 소외되었던 경험, 조별 모임에서 자신의 존재가 환영받지 못한다는 느낌 등을 보고했다. 이는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학생이나 그렇지 못한 학생들 모두 공통적으로 보고하는 것이었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이러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담당 교직원에게 전달하고 어떤 방법의 도움이 아시아권 유학생에게 필요한지를 물었다. 이때 대부분 외국인 유학생들의 문제점(예: 언어능력이나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을 찾아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문제 해결 중심의 공통적인 접근법을 갖고 있었다. 면담에 응한 교직원들 역시 이 방법 외의 대안적 접근을 알고 싶다고 전달하였다. 이와 같은 요구 분석을 바탕으로 인식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을 설계하였다.
   세 번째 단계로 워크숍을 기획하고 실시하였다. 요구 분석을 바탕으로 아시아권 유학생들이 겪는 문화 적응 과정의 어려움과 미묘한 인종차별 경험의 사례를 제시하고, 환경이나 제도적 문제에 대한 인식 없이 문제 해결에만 초점을 맞춘 접근법의 문제점을 설명하였다. 언어나 향수병과 같은 문제는 단시간 내에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강점을 통해 문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강점 중심 접근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였다. 준비 과정에서 CIE로부터 ‘미묘한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 개선 프로그램’이란 제목이 캠퍼스 내 긴장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피드백을 받아 ‘강점 중심 접근법으로 외국인 유학생 지원하기’로 수정하였다. 워크숍 홍보를 위해 그동안 신뢰 관계를 쌓아 온 CIE, 필자가 속해 있는 심리학과, 학생 상담자로 근무하고 있던 학교 상담센터의 협조를 구해 기관의 이름을 포함하여 이메일을 교직원들에게 전송하였다. 이 워크숍은 다수자에 속하는 학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그들의 인식을 개선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고,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의 저항감 또는 긴장감이 있을 수 있으므로 참여자들의 인종을 대표할 수 있는 백인 박사과정 학생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필자는 소수자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참여자들의 공감을 끌어내도록 하였고, 백인 박사과정 학생은 문제 해결 중심의 접근법에 대해 설명하고 참여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식을 취했다. 실제 워크숍은 2016년 봄 학기에 실시되었고 참여자는 교직원과 교수를 포함하여 38명이었다.
   마지막으로 참여자들의 평가를 워크숍이 끝난 직후 진행하였다. 워크숍의 내용, 촉진자, 워크숍 결과로 배운 것(예: 지식, 인식, 기술)에 대한 평가는 5점(매우 만족한다) 만점에 4.5점이었다. 참여자들은 질적 질문지에서 ‘외국인 학생을 도울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배워서 좋았다’, ‘힘들어하는 학생들과 어떤 식으로 대화를 풀어나 가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미묘한 인종차별이란 개념을 배웠다.’ 등을 보고했다. 참여자 중 교수와 교직원 각 1명과 추후 면담을 진행했다. 이 과정을 통해 교수나 교직원들 역시 외국인 학생들에게 충분한 시간과 관심을 쏟고 싶지만, 근무 여건의 한계로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옹호 활동을 마치면서 필자가 개인적으로 내린 평가는 이러한 인식 개선 워크숍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해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진행한 워크숍의 내용을 요약한 소책자를 전달하였고, CIE나 테네시대학교의 다양성위원회에서 조금 더 외국인 유학생에게 관심을 가져 주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다양한 상담실 밖 활동들
상담자가 상담실 밖에서 펼칠 수 있는 옹호 활동은 다양하다. 내담자가 원한다면 내담자와 함께 문제가 일어나는 현장에서 옹호 활동을 펼칠 수 있고, 내담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기관이나 현장에서 옹호 활동을 펼칠 수 있다. 옹호 활동의 수준은 미시적 수준에서 거시적 수준까지 다양하다6). 개인적 수준에서는 내담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고 내담자가 처한 환경의 취약성을 탐색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진다. 학교나 지역사회 수준에서는 필자가 했던 것처럼 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시행하거나 이와 관련된 주요 이슈를 지역사회에 알리는 글을 기고할 수도 있다. 공공 영역에서는 입법이나 정책을 담당하는 국회의원이나 공직자에게 현 문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로비를 할 수 있다.
   이런 상담실 밖의 활동들은 기존 상담자들이 일반적으로 하던 개인 상담과는 매우 다른 활동이다. 실제로 내담자를 위한 옹호 활동을 펼친 상담자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같이 자신의 작은 노력이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아 허탈해하기도 했다. 이는 상담자들로서는 내담자가 이후에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알 수 없고, 상담자의 옹호 활동이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 역시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럴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비슷한 옹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료 상담자와 활동가들과의 연대이다. 실제로 필자가 일 년 동안 옹호 활동을 펼치면서 가장 큰 지지를 받았던 것은 함께 수업을 수강하며 각자의 옹호 활동을 펼치고 있었던 학우들이었다. 또한 상담자들은 개인 상담 이외의 추가 업무로 인한 심리적 소진을 호소하기도 했다. 실제로 내담자와 함께하는 옹호 활동에서 상담자는 내담자의 비밀 보장의 원칙부터 시작하여 세세하게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았고 이런 과정에서 쉽게 지치게 된다. 이때 기억해야 할 것은 옹호 활동은 마라톤이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옹호 활동과 자신을 돌보는 것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가끔 전력 질주도 해야겠지만, 끝까지 지치지 않고 오래 달리기 위해서는 에너지 분배의 지혜도 필요하다. 상담자 역시 내담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돌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길
한국 사회의 고정관념과 편견, 혐오와 차별의 문제는 성별, 성적 지향, 장애 여부, 지역, 사회 계급, 학력·학벌, 종교 등 다양한 주제에서 점점 더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상담자는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과 억압을 받는 내담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며, 그들의 고통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단순히 상담실 안에서 돕는 역할에서 그치지 않고, 상담자로서의 정체성을 상담실 밖으로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적 역량을 키우려는 노력도 함께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정의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필자 역시 여전히 내가 가진 특권을 인식하지 못하고 실수하기도 한다. 실수를 바탕으로 내가 무지했던 영역에 대한 민감성을 키우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나 상담자가 옹호 활동의 중요성을 이해했더라도 실제로 내가 실천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차별을 당하는데 침묵했던 경험을 떠올려 보자. 내 마음 속에서 어떤 생각과 감정으로 방관자가 되기로 선택했는지 돌이켜 보자.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살면서 이미 피곤하고 소진되어 있는데,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써서 소수자를 위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워질 수 있다. 또 조화로움을 강조하는 상호 의존적인 한국 문화에서 자신을 목소리를 내는 것은 긴장되고 떨리는 일이다. 그리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떠오르면서 침묵하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침묵한다면 문제는 반복될 뿐이다. 목소리를 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비언어적 표현으로 표정이나 의성어로도 나타낼 수 있고,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했더라도 이후에 당사자를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자신의 SNS에 글을 남기는 식으로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침묵함으로써 차별에 대해 암묵적 동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로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는 선택에 있다.
   사회정의를 공부하면서 자연보호에 대해 배웠던 것이 기억 남는다. 힘없는 자연도 보호받는 사회에서 인간은 당연히 존중받고 보호받을 것이라는 맥락이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역시 자신의 문화적 역량을 키우려고 노력해 보기를 바란다. 상담자에게 있어서 상담실 안은 꽤 안전하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상담실 밖으로 나가는 일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상담자들만이 상담실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우리 모두가 자신의 안전지대 밖으로 나가 자신의 목소리 내기를 선택해 보기 바란다. 차별과 억압 속에서 힘들어하는 내 주위의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어쩌면 그 작은 한 걸음은 자연보호를 위한 나의 선택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목차
내 안의 다양성, 미래 경쟁력에 답하다
상담심리와 다양성: 상담실 밖으로 나간 상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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