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장면을 상상해 보자. 상담자는 여성 내담자를 만나 본격적인 상담을 진행하기에 앞서 내담자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있다. 내담자가 질병을 앓았는지, 평소 잠은 잘 자는지, 운동은 규칙적으로 하는지, 술을 마시는지 등 정보를 물어보고 있다. 그리고 내담자의 대인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남자 친구 있어요?”라고 질문을 했다. 순간 내담자는 멈칫했지만,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상담자는 계속 질문을 이어 나갔다.
당신은 이 장면에서 어떤 문제점을 발견하였는가?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였다면 당신은 이성애자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여성에게는 남자 친구를, 남성에게는 여자 친구가 있는지를 묻는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은 이성애주의를 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내담자가 동성애자인 경우를 생각해 보자. 위에서 남자 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내담자는 처음 만난 상담자에게 자신의 성적 지향을 밝혀야 할지를 그 순간 고민하며 멈칫했을 수 있고, 아직은 밝히고 싶지 않아 없다는 말로 넘어가기로 했을 수 있다. 내담자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연인의 존재를 ‘없다’라는 말로 부인한 것에 대한 죄책감과 씁쓸함을 느꼈을 것이고, 이성애주의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는 상담자에게 얼마만큼 자신의 문제를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상담자는 내담자를 돕고자 하는 선한 의도를 가졌지만, 문제의식의 부재로 인해 내담자를 차별할 수 있다. 다양성에 민감한 상담자는 “애인 있어요?” 또는 “요즘 만나는 사람 있어요?”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 단순한 대안 질문만으로도 상담자는 내담자를 차별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성적 지향뿐만 아니라 사회 계급, 지역, 나이, 성별 등과 같은 사회 정체성 범주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도움을 받고 싶어 상담실에 찾아온 내담자가 차별을 경험하지 않도록 상담자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상담심리학 분야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다문화 상담이론 및 이후 등장한 사회정의 상담이론을 발전시켰으며 이를 실제 상담에 적용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다문화 및 사회정의 상담에 대해 소개하고, 상담자에게 필수적인 문화적 역량을 설명한다. 이어서 상담실 밖으로 나가 옹호 활동을 펼친 상담자들의 예를 소개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도 자신의 문화적 역량을 점검해 보고, 문화적 민감성을 높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