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제한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발현된 멀티 페르소나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미래 경쟁력과 적응성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하나의 면만이 아닌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신을 한 가지 모습으로만 규정하고 그 고정관념 안에서 자신의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자기 안의 멀티 페르소나들을 발현할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 반면에 유연한 자아상을 가지고 있다면 자기 안의 다양성을 수용하며, 다양한 페르소나 가면을 맥락과 상황에 맞게 잘 키우고 꺼내 쓰면서 자신의 다양성을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연한 자아상을 바탕으로 건강한 멀티 페르소나를 어떻게 잘 키우고 확장해 나갈 수 있을까? 일단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심리학자 도널스 위니콧
(Donald Wiknnicott)이 소개한 대상관계이론
3) 에서 이야기한 진짜 자아
(True Self)와 거짓 자아
(False Self) 개념을 먼저 이해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이론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진짜 자아는 일부러 꾸미지 않는 본연의 자아
(Authentic Self)를 이야기하고, 거짓 자아는 사회적 기대나 타인의 요구에 맞추다 보니 진짜 나의 모습과는 거리가 생긴 자아를 의미한다. 진짜 자아의 모습은 실제 매우 추상적이고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알아 가는 것은 평생에 걸쳐서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통해 추정하고 스스로 확인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연의 자아를 다양한 경로로 경험하고 추정하는 과정에는 ‘유연한 자아상’이 필요하다. 다음 그림에서 ‘유연한 자아’가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듯이, ‘나’라는 진짜 자아
(True self)를 다양하게 경험하고 추정하기 위해서는 고정되고 막힌 나에 대한 자아상이 아니라 점선의 유연한 자아상이 필요하다. 고정되지 않고 유연하게 열린 선을 통해 아직 발현되지 않는 내 안의 다양한 모습, 멀티 페르소나가 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첫째 먼저 자기 안의 다양성을 편견이나 고정관념 없이 알아차리고 수용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실제 획일적인 교육을 받아 왔거나 자기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아 보거나 스스로 던져 보지 않고 지낸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자기 안의 다양한 모습과 멀티 페르소나를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직업적으로 ‘나는 수학과는 거리가 멀어서 숫자와 관련된 일은 무엇이 되었든 잘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스스로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면, 직업적으로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제한하면서 숫자와 관련 있지만 자신이 재미있게 잘할 수 있는 업무나 전공조차 탐색할 기회를 아예 외면하게 될 수도 있다.
건강한 멀티 페르소나 작동 메커니즘
출처: : 동아비지니스리뷰(DBR)4)
둘째, 유연한 자아상을 바탕으로 다양하게 발현되는 멀티 페르소나가 얼마나 나의 진짜 자아에 가까운지 그 연결성의 단단함을 인지하고 강화하거나 제거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앞의 그림에서는 진짜 자아와의 연결성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작동 기제를 보여 주기 위해 네 개의 멀티 페르소나 가면을 표현했다. 연결선이 굵고 튼튼한 1번 페르소나부터 연결선이 아예 없는 2번, 점선으로 연결된 3번, 실선으로 연결된 4번의 페르소나이다. 네 개의 사례는 우리가 자기 안의 다양한 페르소나들을 건강하게 발현하는 작동 메커니즘을 보여 준다. 즉 1번 페르소나는 진짜 자아와 단단한 선으로 연결된 페르소나이다. 이 경우에는 일터나 일상에서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편안하게 주어진 업무를 즐겁게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2번과 같이 전혀 연결점이 없는 업무나 일의 경우에는 그 일을 하면 할수록 불편하고 부담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만약 당신이 공부하거나 일할 때 자기에게 잘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면, 현재 하는 업무나 직업 환경이 자신의 진짜 자아와 거리가 먼, 즉 관계성이 매우 낮거나 없는 일일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진짜 자아와의 괴리감이 커질수록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며, 학업이나 업무의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다.
3번과 4번은 진짜 자아와 점선으로 연결되어 있거나 가는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이다. 1번처럼 연결선이 확실하고 튼튼하지는 않지만, 사이드 프로젝트나 취미 활동을 통해 개발하고 있는 페르소나들이다. 아직은 진짜 자아와의 견고한 연결성이 없지만 또 하나의 건강한 부캐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가면들이라 시간을 가지고 다양한 추가적인 탐색 활동과 경험을 쌓아 나간다면 부캐를 넘어 또 하나의 본캐 페로소나로도 활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과정에서 또 하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마음 챙김 관찰자’이다. 즉 다양한 내 안의 페르소나들의 연결감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관찰하는 ‘관찰하는 자아’의 개념이다. 이를 관찰하면서 자기에게 필요한 페르소나를 더 강화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페르소나는 적절히 제거하거나 정리하기도 한다. 즉 업무적으로 나에게 맞는 옷과 맞지 않는 옷을 구별하고 또 새롭게 옷을 디자인하거나 발굴해 나가기도 하는 것이다.
수용적인 ‘마음 챙김 관찰자’와 함께 유연한 자아를 잘 훈련해 나간다면 진짜 자아에 더 잘 어울리는 다양한 본캐와 부캐의 멀티 페르소나들이 풍성해지면서 나를 이해하는 하나의 획일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내 안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도와 활용도가 넓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