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생물로 충만한 하나의 호수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
- Gro Harlem Brundtland,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심대한 피해를 주었다. 2022년 11월 13일 현재 전 세계에서 6억3천9백만 명이 감염되었고, 662만 명이 사망하였다. 건강과 생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낳았다. 글로벌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백신 불평등으로 표출된 자국 이기주의, 마스크 착용 등 방역의 일상화, 코로나 블루의 확산, 랜선 라이프의 등장 등 인류 역사는 코로나 이전(BC, Before Corona)과 이후(AC, After Corona)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비싼 대가를 치르며 코로나19로부터 인류가 배우고 있는 교훈이 있다. ‘모든 생명은 잇대어 있다’는 점이다. ‘잇대어 있다’는 표현은 ‘서로 이어져 있고, 기대고 있다’는 의미이다. 사람과 사람이, 사람과 동물이, 그리고 환경까지도 잇대어 있다. 해서 서로를 연결하던 생명의 끈을 놓는 순간, 타자뿐만 아니라 우리의 존재도 위협받기 마련이다. ‘남’이 건강하지 않으면 ‘나’도 위험해진다는 말이다. 일상이 된 마스크 쓰기나 백신 접종도 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함이자 타인에 대한 배려이다. 시야를 넓혀 지구적 차원에서 바라보자. 백신으로 집단 면역이 가능하다는 나라에도 그렇지 못한 나라에서 발생한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2차, 3차, 4차 감염의 위험이 상존한다. 이미 세상은 하루면 전 세계 어디든 갈 수 있고, 인간과 동식물·환경이 수시로 교차하는 ‘one world, one health’의 초연결(hyper-conneted) 사회로 변모했기 때문이다(그림 1). 따라서 지구적 차원에서 팬데믹이 마무리될 때까지 한 나라의 성공은 진짜 성공이 아니다. 21세기에도 19세기 방식의 방역인 ‘단절과 봉쇄’로 회귀한 문명의 역진(逆進)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다음에 다가올 팬데믹에 인류는 더 큰 충격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이 글을 통해 얘기하고자 하는 키워드는 ‘생명’ 그리고 ‘공동체’이다. 이 둘을 묶으면 생명 공동체 혹은 건강 공동체가 된다. 건강 공동체는 생명이 움트고 서로 소통하고 공존하며, 그래서 더불어 성장하고 발전하는 공동체이다. 생명의 소통은 공동체를 살리는 자양분이다. 인류가 코로나19에 직면한 것은 동식물, 자연의 생명과 더불어 소통하며 공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구 공동체가 코로나19에 맞서며 난관에 봉착한 것도 생명의 본질에 주목하며 연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