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7일, 여성가족부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05년 1월부터 시행된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라 여성가족부 장관은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가족정책의 근간이 되는 건강가정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야 한다. 이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각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건강가정시행계획’을 수립 및 시행·평가해야 하며, 이 시행 계획과 추진 실적을 매년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제출하게 되어 있다. 2006년에 처음 발표된 제1차 기본계획에서 제4차 기본계획에 이르기까지 건강가정기본계획의 정책 비전과 목표는 조금씩 변화해 왔다. 크게 보자면 ‘가족 구성원 내부’의 평등한 관계를 강조하는 방향에다 점차 ‘가족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이 더해지는 변화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021년의 제4차 기본계획은 가족의 다양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은 ‘모든 가족, 모든 가족 구성원을 존중하는 사회’라는 비전과 함께 ‘가족 다양성 인정’, ‘평등하게 돌보는 사회’라는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세상 모든 가족을 포용하는 사회 기반 구축’, ‘모든 가족의 안정적 생활 여건 보장’, ‘가족 다양성에 대응하는 사회적 돌봄 체계 강화’, ‘함께 일하고 돌보는 사회 환경 조성’이라는 4개 정책 영역을 설정하고 각 정책 영역별로 총 11개 정책 과제를 마련했다. 11개 정책 과제 중 첫 번째가 ‘가족 다양성을 수용하는 법·제도 마련’이었던 것을 보면, 제4차 기본계획에서 가족의 다양성이 얼마나 핵심적인 위상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 두 번째 정책 과제 역시도 ‘가족 다양성 인식과 평등한 가족 문화 확산’으로 설정되어 있다.
출처: 여성가족부, 건강가정기본계획(제1차~제4차)에서 주요 내용을 간추려 재구성함
이처럼 제4차 기본계획이 가족의 다양성에 초점을 둠으로써 많은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가족의 다양성에 관한 관심이 이전까지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제3차 기본계획에서도 이미 양대 정책 목표 중 하나가 ‘다양한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이었다. 사실상 건강가정기본계획이 처음 수립된 2006년부터 가족의 다양성은 얼마나 명시적으로 언급되거나 반영되었는가와는 별개로 이미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전제로 작동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가령 2006년에 발표된 제1차 건강가정기본계획도 가족 정책 추진 배경으로 ‘가족의 변화’라는 요소를 꼽았으며, 가족의 규모와 형태는 물론 가족의 기능이 변화하고 가족 가치관이 변화하면서 가족 정책에 대한 새로운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는 점을 기본계획 수립의 출발점으로 다루고 있었다. 실은 건강가정기본계획만이 아니라 여러 논쟁 끝에 2003년 12월에 건강가정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2004년 2월 9일 제정된 배경에도 ‘가족의 변화’가 있었다.
이 변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중요한 문제를 잠시 접어 두고 보자면, 가족의 다양성이란 규범적 지향의 문제가 아니라 불가피하게 직면해 있는 현실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 어떤 지표를 살펴본다 하더라도 확인하게 되는 것은 가족의 다양성을 제도나 정책이 얼마나 인정하거나 얼마나 포용하는가와 무관하게 가족은 이미 다양하다는 사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다양해지리라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알던 그 가족, 이른바 ‘정상 가족’이라고 간주되는 가족의 모습 자체가 역사적으로 지극히 짧은 기간만 유지되었던 모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