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
관객분들의 호응이 아주 대단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제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음악계도 사람들이 모여 있는 생태계인데, 어떤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나, 인적 구성의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클래식 음악계는 특정 계층, 성별, 인종 등의 면에서 다양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유명한 작곡가들을 떠올려 보시면 공감하실 수 있을 텐데요. 진 감독님, 한국에서 나고 자라서 독일로 건너가 활동해 오셨는데, 개인적인 음악 여정을 두고 보실 때 음악 생태계에서 사람들의 다양성이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진은숙
제가 공부를 시작했던 80년대, 독일 생활을 처음 할 때만 해도 클래식이나 순수 음악 창작계는 전부 남자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특히 작곡가들은 역사를 봐도 여성 작곡가가 거의 없지 않습니까? 그건 여자들이 못나서가 아니라 당시 여자들이 자기 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지난 20~30년간 굉장히 바뀐 것 같아요. 여성 작곡가들도 많이 나와서 숫자만 따져 보면 거의 비슷할 정도가 되었고, 연주자들은 그 전부터 여성 비중이 높아졌고요.
예전에는 비엔나 필하모니나 베를린 필 등 외국 유수 오케스트라에서는 절대 여성 단원을 받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약 30년 전부터는 꾸준히 바뀌고 있습니다. 그래도 남녀 비율만 볼 때에는 앞으로 훨씬 더 많이 섞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여성이라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저는 능력 있는 여성 음악인들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여성 지휘자들도 많이 부상하고 있지요. 또 요즘, 특히 유럽에서는 인종 문제도 생각해서 흑인 연주자, 흑인 작곡가들 쪽으로 더 눈을 돌리고 콘서트하우스 같은 데서도 프로그램의 비율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고려하는 추세입니다.
저는 지금 초기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 다양한 구성, 그러니까 여성이나 흑인, 비유럽 출신 음악가 등 그런 사람의 비율을 정해 놓고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런 비율이 없어지고 정말 능력에 따라서 구성원이 이루어 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능력이 있으면 인종, 국적,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다 골고루 기회를 갖고, 그런 분들이 초청을 받아 연주를 하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나아가는 방향은 상당히 고무적이고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제가 조은아 교수님께 드리려는 질문 쪽으로 답변을 이끌어 주셨어요. 지금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성별이나 인종, 이런 것을 꼭 다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음악을 제일 잘하는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음악성이 기준이 되면 된다.’, ‘다른 인적 구성을 고려하는 것 자체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시는 분들이 여기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데요. 그것 역시 경청할 만한 의견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 교수님께 질문드리고 싶어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은아
통영의 무대에 오른 음악가들은 탁월한 음악성을 인정받은 창조적인 소수입니다. 그래도 유의미한 시도라고 느껴진 지점은 아직 한창 성장 중인 젊은 음악인들을 과감히 발탁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이번에 손현준, 장은호, 이성현 등 젊은 작곡가들의 작품이 무대에 올랐고, 그 중 이성현은 이제 14학번 대학생에 불과한데도 TIMF 앙상블에 의해 연주되었죠. 젊은 지휘자들도 실제 오케스트라를 무대에서 이끌수 있는 기회를 갖기가 정말 힘든데, 어제 KBS교향악단을 지휘했던 윤한결이라는 지휘자는 작년 서울에서 열린 지휘자 국제 콩쿠르를 통해 발탁된 인재였습니다.
사회자님께서 저에게 참고하라고 전해주신 기사가 있었는데요. 단원이 모두 흑인으로 구성된 런던의 치네케
(Chineke!)오케스트라에 대한 리포트였습니다. 음악계에 만연한 인종차별에 대항해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 창단했던 거죠. 클래식 음악계가 소수자를 포용하는 데 인색하다는 진단에는 저도 상당 부분 공감을 합니다.
요즘 기업이나 관공서에서도 100명 중 3명을 소수자로 채용하는 제도가 보장되어 있고, 사회적 기업의 경우에는 구성원의 60%가 취약 계층 출신이잖아요. 저와 함께 통영음악제를 찾은 지인이 묻더군요. 음악제의 제목을 ‘다양성’이라 붙였는데 조직이나 인적 구성부터 어떻게 다양성을 반영하고 있는지 그게 중요한 지점 아니냐고요.
그런데 사실 다양성의 보장은 효율이나 경쟁에서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잖아요. 시간, 비용도 많이 들고. 구성원이 다양해져서 복잡해지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영국제음악제가 기왕 다양성이라는 주제를 화두로 던졌으니, 미래 방향성을 선도하며 작곡가, 연주자뿐만 아니라 실무진까지 차별이나 소외, 불평등 없이 다양성을 반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김채연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