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고 고백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그 보고서와 만든 이들에 대한 인상 판단은 끝난다. 그리하여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속에 정해진 미션은 ‘보고서 같지 않은 보고서 만들기’ 이다
계획한 일들을 채 마치기도 전에 새로운 과제가 주어진다. 이전에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겠지만, 근 두 달 동안 약속한 데드라인을 거의 날마다 어기고 있다. 이런 와중에 『디베르시타스』에 이 글은 또 왜 쓴다고 덜컥 고개를 끄덕였는지 후회 막심이다. 내가 아껴 마지않는 『디베르시타스』에 오점을 남길까 두렵다. 아, 정말 나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래 하지 뭐!’ 이렇게 하는 것 좀 고쳐야 한다는 생각에 미치려는 순간, 고개를 끄덕인 이유가 다시 떠오른다.
대학의 한 해는 2월에 끝난다. <고려대학교 다양성보고서 2021>의 발간을 앞둔 2022년 2월의 다양성위원회는 날마다 북새통이다. 사무실 일원들 각자 긴 낮과 밤을 쏟아 단어 뭉텅이들을 의미 있는 방식으로 페이지에 채우는 일이 끝나기 무섭게, 몇 달 동안 공들인 다양성 조사에 대한 그래프와 그림 초안을 만들고, 결과가 잘 드러나게 고치고 다시 그려 보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내용으로 채워져 있더라도 받는 분이 첫 장을 넘기지 않으면 허사라, 어떻게 하면 열어 보고 싶은 표지를 만들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크다. 사실 나도 학교 우편함을 가득 채우는 ‘보고서’ 류의 책들은 봉투에서 꺼내 한번 쓰윽 눈으로 스캔하고 말 때가 많다. 심지어 봉투의 제목만 보고 나와는 관계없는 것이라 속단하고 알맹이는 꺼내지 않은 적도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