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ro)’, ‘뉴트로(newtro)’라는 이름으로 문화나 생활 양식 등 옛스러운 무엇인가가 지금 이곳에 다시 호출되곤 하죠. 하지만 한 번 내리막길에 접어든 특정 업종이나 분야가 되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저는 대표적 사양산업인 책방(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마주하는 질문의 8할은 “이 일 해서 먹고 살 순 있냐?”입니다. 서점만큼 소비자가 사업자를 걱정하는 업종이 있을까 싶습니다.
책과 서점은 산업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매우 독특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독서인구(연간 1권 이상 책을 읽은 인구의 비율)는 2009년 62.1%에서 2019년 50.6%로 연간 독서량은 2009년 17.4권에서 2019년 14.4권으로 각각 감소했습니다.
1)
17.4권이라는 평균을 다시 따지고 보면 10대 청소년이 절대적인 독서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성인의 독서량은 이보다 훨씬 적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은 사실 독서인구 통계 평균 수치를 높이는 데 일조하는 독서광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서점인으로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전통적인 형태의 서점 역시 지속적인 독서인구 감소와 온라인 시장의 등장 여파로 2000년대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한국서점연합회가 2년마다 펴내는 『서점편람』에 따르면 전국의 서점 수는 2003년 3,589곳에서 2005년 3,429곳, 2007년 3,247곳, 2009년 2,846곳으로 감소했고, 가장 최근 조사인 2019년엔 1,976곳으로 줄었습니다.
2)
16년 사이에 반토막 가까이 난 셈인데, 학창시절의 추억이 깃든 서점을 여전히 만나볼 수 있다면 그것은 엄청난 행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가지의 통계 수치만 보면 책과 서점은 확실히 사양산업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와 역행하는 현상이 데이터로 감지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선 전통적인 서점이 급감하는 사이 독립서점 등 기존과 결이 다른 형태의 서점은 반대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현상은 2015년 이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독립서점 데이터 기반 콘텐츠를 발굴하는 주식회사 동네서점(구 퍼니플랜)이 발표한 ‘동네서점 트렌드’에 따르면 2015년 97곳이었던 독립서점은 2016년 180곳, 2017년 283곳, 2018년 416곳, 2019년 551곳, 2020년 634곳으로 5년 새 6.5배 증가했습니다.
3)
두 번째로 출판사 등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한국출판산업진흥원의 출판산업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11년 38,170곳이던 출판사는 2020년 67,203곳으로 9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4)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책을 다루는 출판사와 독립서점이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해 저는 ‘다양성’이라는 관점으로 이 역설적인 현상에 대해 접근해 보고자 합니다.
패션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곤 합니다. 때론 ‘레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