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수업, 경계를 지켜요
1)왜 필요한가
성교육은 자신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한다.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끼는 방법에 관해 배워야 한다. 그 다음 단계는, 남도 나와 같이 존중받아야 할 존재임을 배우는 것이다. 경계 존중에 관한 감각은 후에 성폭력 등 경계 침해를 당했을 때 인식하고 대처하는 데 초석이 된다는 점에서 무척 중요하다. 타인의 존재와 그의 의사를 존중해 주는 방법인 ‘경계 존중’을 어린이가 잘 이해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갖고 만든 수업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세 가지이다. ①사람마다 편안하게 생각하는 경계가 다르다. ②상대의 경계를 모르므로 동의를 구해야 하고, 알고 나면 지켜 주어야 한다. ③상대의 거절을 오롯이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경계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이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분간되는 한계나 지역이 구분되는 한계’이다. 인간관계에 적용한다면 실제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존중받아야 할 신체적, 물리적, 언어적, 심리적인 영역을 의미한다 하겠다. 국가 간에는 국경이 있고, 길에는 차도와 보도를 나누는 연석이 있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경계가 존재한다고 비유를 들어 어린이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
2) 이렇게 수업해요
인지 발달 단계상 구체적 조작기의 어린이들은 주로 관찰 가능한 개별 경험에서 지식을 습득한다. 활동 중심으로 수업을 구성해야 하는 이유다. ‘멀리서 걸어오기’, ‘여기는 안 돼’ 활동으로 수업을 열면, 스스로의 경계를 눈과 몸으로 분명히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멀리서 걸어오기’는 일정 거리를 두고 마주 선 후,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다 불편하면 ‘멈춰!’ 라고 말하고 중단하는 활동이다.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거리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해 보고, 이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신의 경계임을 이해하도록 할 수 있다. 이어서 손이나 어깨 맞대기 등의 활동을 추가로 진행하면, 신체 부위마다 그리고 활동 상대마다 편안하게 느끼는 경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할 수 있다. ‘멈춰!’라고 말한 순간이 친구와 서로 달랐는지, 달랐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물어보면서 ‘사람마다 경계가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도록 돕는다. 이때 ‘멈춰’라고 말하게 되는 것은 각자가 편하게 느끼는 경계가 지켜지지 않은 ‘상황’ 때문임을 이해시켜 주어야 한다. ‘친구가 나를 싫어해서, 저 친구가 싫어서.’와 같이 사람에서 원인을 찾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여기는 안 돼’ 활동은 서로의 신체 경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전신 그림을 학생들에게 나눠 주고, ‘친한 친구가 나를 부를 때’, ‘어른이 나를 칭찬할 때’ 등 여러 상황에서 남이 만지면 싫은 신체 부위에 스티커를 붙여 보게 한다. 아무리 스티커를 넉넉하게 주고 시간을 오래주어도, 어린이마다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어떤 어린이는 엉덩이에 스티커를 두 개만 붙이지만 어떤 어린이는 여덟 개나 붙인다. 상체에 스티커를 잔뜩 붙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하체가 훨씬 민감한 몸도 있다. 결과물이 서로 이렇게나 다른 걸 눈으로 확인하면서 어린이들은 비로소 ‘사람마다 경계가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고, ‘다가가기 전에 상대에게 괜찮은지 물어봐야 한다.’는 사실도 이해하게 된다.
서로 다른 학생 활동 결과물
출처: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3)
이제 경계의 의미를 이해할 준비가 되었다. 자동차 구획선이나 육상 트랙, 횡단보도 등을 예로 들며 물건에 구분선이 있는 것처럼 사람의 신체나 감정에도 경계가 있다는 점, 이 경계가 나를 지키고 상대의 영역을 존중하는 선이라는 점을 지도한다.
경계를 이해했다면 ‘서로의 경계를 지키는 방법’을 알아볼 차례이다. 손을 잡고 싶을 때, 안고 싶을 때, 어깨동무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등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여 방법을 논의하게 할 수 있다. 어린이들은 “안아도 돼?라고 질문해요.”, “우리 손 잡자!고 말해요.” 등과 같이 발표한다. 이것이 바로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고, 경계를 존중하는 중요한 방법임을 안내해 주면 된다. 이어서 친구가 나에게 그렇게 물었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도 연습한다. “응, 좋아!”라고 동의하는 말을 하는 방법도 있고, 말없이 손을 잡는 방법도 있을 터이다. 반대로 불편하다면 “나 손 잡는 거 불편해.”, “안 잡고 싶어.”라고 말할 수 있음을 이야기 나눈다.
한편, 친구에게 ‘팔짱을 껴도 되는지’ 물었는데 대답이 없을 경우엔 동의한 것인지 아닌지,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도 묻는다. 다소 불편했지만 사이가 어색해질까 봐 말을 못했을 수도 있다는 점, 좀 더 확실한 동의 표현을 나누는 법에 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경계 지키기 역할극’ 활동을 통해 경계 존중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친구 동생이 귀여워서 볼을 만지고 싶을 때 물어보기, 묻지 않고 팔짱을 꼈을 때 사과하기, 삼촌이 내 머리를 쓰다듬을 때 괜찮다고 표현하기, 고모가 뽀뽀하려는 게 불편하다고 표현하기 등 다양한 상황 중 하나를 골라, 할 말을 적고 연습한 뒤 발표해 본다. 이 활동에는 가족과 친척을 등장시킨다는 점이 중요하다. 경계 존중의 핵심은 ‘동의’에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가족을 비롯한 친근한 사이에서는 상황마다 동의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수업을 하면 어린이들이 “엄마는 저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뽀뽀해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친근한 사이는 대개 서로의 경계를 이미 알고 있거나 위험하지 않을 거라는 신뢰가 있어 동의를 생략하기도 하지만, 아무리 가까운 관계라도 자신이 경계를 존중받지 못하다고 느낀다면 “불편해.”라고 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두 번째 수업, 월경을 당연하게
1) 왜 필요한가
월경은 가임기 여성에게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성 건강 문제이면서 가장 터부시하는 영역 중 하나이다. 여성의 신체에서 일어나는 일을 불길하 게 여긴 역사가 있었기에 월경을 직접 언급하기를 꺼려 생리현상의 ‘생 리’라고 부르다가, 이 같은 표현도 피하고 ‘그날’, ‘마법’으로 부른다. 외 국도 다르지 않다. 독일에서는 ‘딸기 주간’이라고 부르고, 중국에선 ‘친 구가 왔다.’고 한단다. 또, 프랑스에서는 과거 영국과의 전쟁을 빗대 “영 국 군대가 상륙했다.”는 표현을 쓴다고....... 오래 이어져 온 이런 태도 가 월경을 부끄럽고 숨겨야 할 것으로 여기게 만들어서, 생리대를 사면 일부러 검은 봉투에 담아 주거나 생리통을 선생님께 솔직히 말씀드리기 어려워하는 상황이 생겨났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교사들은 이 주제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특히 막막해한다. 위에서 말한 문화 속에서, 우리도 거의 배우지 못한 채 자랐고, 교육대학교 정규 교육 과정 안에서 성교육을 받을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의 신체에서 일어나는 당연한 현상에 관해 오해나 편견 없이 학생들이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월경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당연하게 여기고 다루어야 한다는 관점 아래 월경과 관련된 정보를 나누는 수업이 필요하다.
2) 이렇게 수업해요
검은 상자에 손만 넣어 촉감으로 상자 속 물건을 맞히는 게임을 통해 수업에 대한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 상자 속에는 생리대, 탐폰, 월경컵, 월경팬티 등을 넣어 둔다. 모둠원 한 명이 만져 본 촉감을 다른 모둠원에게 공유하여 정답을 추측하게 해 보는 동안 월경 용품의 기능, 즉 폭신한 흡수체 등을 체험할 수 있다. 학생들이 월경 용품의 용어를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면, 월경에 관해 배울 필요가 생긴 것이다. 수업을 진행할 차례다.
성인이 낯설어하는 것과 비슷하게, 학생들에게도 낯선 주제다. 이럴때는 놀이나 퀴즈로 접근하는 것이 제격이다. ‘생리 모의고사’를 통해 월경에 대한 오해나 잘못된 개념을 바로잡으면 좋다. 이를테면 ‘생리혈과 소변은 같은 곳에서 나온다’ 같은 OX 퀴즈부터 ‘생리혈은 흐르는 맑은 피, 핏덩이, 딱딱한 고체 중 어떤 형태일까요?’ 같은 선다형 문제를 제시한다. 월경 주기, 월경 기간, 생리대 등 다양한 질문을 통해 월경 지식을 쌓는다. 퀴즈를 진행하기 전에 ‘생리 안 해서 배울 필요 없다.’던 학생은 수업이 끝나고 묻는다. “그럼 우리 엄마도 생리해요?” 아, 이것이 현실이다. 같이 사는 가족이어도 이 정도로 모르고 지내고 있다.
월경 모의고사를 보고 나면 학생들은 월경에 관해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 월경 현상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배울 차례다. 흔히 월경을 고달프고 짜증 나는 일로만 인식하기 마련이다. 물론 사실이지만 부정적으로만 여기는 건 월경을 오래 경험할 여성 청소년에게 정서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인식의 전환을 시도한다. ‘월경이 자신의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한 일’임을 안내하는 것이다. 임신을 하면 엄마의 영양분이 태아에게 집중되는데, 월경은 임신하지 않았을 때 자궁을 깨끗이 씻어 내어 여성 인체에서 영양분이 골고루 기능하도록 몸을 보호하는 일이라고 말이다.
월경 전 증후군
(PMS, premenstrual syndrome)을 비롯하여 월경 관련 질병도 안내하고, 정보를 얻고 월경주기를 관리할 수 있는 앱도 소개한다. 일회용 패드, 면 생리대, 탐폰, 생리팬티, 생리컵 등 다양한 월경 용품과 사용 방법도 안내한다. 실물을 만져 보고 물에도 담가 보고, 흡수체가 얼마나 흡수하는지 살펴본다. 여건상 가능하다면 이 과정을 학생들이 조사하게 할 수도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속옷에 붙이는 패드밖에 몰랐기에, 오래 앉아 공부하는 학창 시절에 피부가 쉽게 짓무르거나 불편감을 호소하는 친구가 적지 않았다. 보다 쾌적한 월경 생활을 위해 선택지를 넓혀 줄 필요가 있다.
지식을 전달하는 데서 더 나아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월경 예절을 이야기 나누며 마무리한다.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해서 “얘 생리하나봐!”라고 공공연히 말하거나, “왜 이렇게 예민해, 생리하냐?”같이 말하는 게 매너 있는 태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프거나 알리고 싶지 않을 경우에는 그렇게 하도록 존중해 주는 태도가 필요함을 이야기 나누는 동안 서로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자란다.
또한 이 수업을 통해 월경 용품은 생활필수품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나면, 국어 교과와 연계하여 ‘보건복지부에 저소득층 대상의 월경 용품 보급을 제안하기’ 주제로 설득하는 글쓰기도 해 볼 수 있다.
세 번째 수업, 성폭력(가해) 예방 교육
1) 왜 필요한가
성범죄 가해자는 누구일까? 공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성폭력 예방 교육 시 ‘안 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라는 구호를 사용하곤 한다. 마치 모르는 이가 거칠게 다가와 범죄를 저지를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성범죄 가해자는 가족·친족·또래 등 가까운 관계의 아는 사람인 경우가 모르는 사람인 경우의 3배 이상이고, 특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경우, 모르는 사람은 고작 5%에 불과하다. 그래서 단순히 ‘주변에 알리고 저항해라.’라는 구호는 현실과 맞지 않고, 약자일 확률이 높은 어린이에게 유효하지도 않은 대응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이 수업의 강조점은 두 가지다.
첫째, 성폭력은 대상보다 상황과 맥락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저학년 특성상 성폭력을 구별하기 어려워하고, 가해자가 자신과 친밀한 사람일 경우 그들의 행위가 성폭력일 수 있다는 인지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성폭력을 다룰 때 ‘좋은 접촉 대 나쁜 접촉’으로 성 접촉을 구분하고 있는데, 본 수업에서는 ‘안전한 접촉 대 위험한 접촉’으로 용어를 대체한다. 그리고 위험한 접촉의 판단 기준을 마음 상태나 신체의 불안 반응으로 제시하고, 불편한 마음이 든다면 언제든지 표현할 권리가 있음을 알려 준다.
둘째, 성폭력 가해에 주목하고 저지하는 것이 성폭력 예방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그간 성폭력 예방 교육에서는 흔히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방법을 알려 주는 일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아동 청소년은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되기 쉬운 위치이기 때문이지만, 이 때문에 많은 어린이들은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내가 저항하지 않아서…….’, ‘내가 상대를 따라가서…….’처럼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고 괴로워하며 성폭력 사실을 고발하지 못해 왔다. 성폭력을 예방하려면 가해를 예방해야 한다. 피해자가 누구인지 궁금해하고, 피해 상황을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문화를 지적하고, 피해자보다 가해자에 주목하기, 가해 행위가 무엇인지 알기, 가해 행위를 목격했을 때 방관하지 않기 등에 관해 이야기 나눈다. 다만 성폭력은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기에 원치 않는 성폭력을 겪을 경우 대처하는 방안도 함께 안내한다. 이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피해자에겐 잘못이 없다.’는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두려워서 즉각적으로 행위를 거절하지 못하거나 주위 어른들에게 말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스스로를 탓하지 않도록 한다.
2) 이렇게 수업해요
같은 동작이지만 표정, 자세 등으로 미묘하게 다른 상황을 보여 주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게 하며 수업을 열 수 있다. 이를테면 두 사진 다 껴안고 있지만, 한 사진에선 한 사람이 움츠러든 표정과 자세를 보이고, 다른 사진에선 평화로운 표정으로 기뻐하며 서로를 안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각각의 사진을 비교해 보며, 경계를 존중하는 접촉은 ‘안전한 접촉’, 경계를 존중하지 않아 기분이 나빠지고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 ‘위험한 접촉’임을 이해하게 한다. 즉, 몸과 마음의 신호를 알아차려서, ‘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내 몸을 만지거나 보려고 할 때, 다른 사람의 몸을 만지거나 보라고 할 때가 성폭력 상황임을 알게 한다.
사례를 통해 안전한 접촉인지, 위험한 접촉인지 판단해 볼 수 있다. 의사가 청진기로 진찰할 때, 이모가 목욕하는 내 몸을 씻길 때는 성폭력일까요? 하고 묻는 것이다. 정답은 뭘까? 안전할 수도, 위험할 수도 있다. ‘날 낫게 해 주려는 거구나 편안해.’라고 느낄 수도 있고, ‘아픈 곳도 아닌데 왜 자꾸 만지지? 이상해.’라고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하고, 이상하다고 느낀다면 싫다고 말하거나 믿는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알려 주어야 한다.
다양한 성폭력의 유형을 살펴보며 경계를 넘을 때는 ‘동의’가 중요함을 주지시키는데, 이때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게 될 수 있는 가해 행위를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다.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친구와 접촉하거나 타인의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일들은 흔히 일어난다. 사실은 명시적이고 흔쾌한 동의 속에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었음을 함께 이야기 나누면, 일상 속에서 성폭력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 일어나는 것을 학생들이 사전에 막을 수 있다.
3) 더 나아가기: 디지털성범죄 예방하기
관련하여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을 한다면 어떤 내용이 포함돼야 할까? 실제로 초등학교 교실에서 단체 채팅방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을 때 놀라웠던 점은 학생들이 이것이 왜 잘못된 일인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온라인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주고받고, 재미를 위해 사진을 합성하는 데에 익숙해져서 즐거운 놀이로 여기고 온라인으로 사진과 영상, 링크를 주고받다 보면 어느 순간 범죄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타인의 사진이나 영상을 찍고 공유할 때 주의해야 할 태도, 즉 SNS 예절부터 차근차근 짚어 불법 촬영 범죄까지 이야기해야 학생들이 문제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불법 촬영 가해 예방 포스터 만들기(2019)
출처: 강선초등학교 6학년 수업 사례
‘친구와 찍은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해도 될까?’, ‘엄마가 내 사진을 SNS에 올려도 되나?’, ‘모르는 사람이 배경에 찍힌 사진을 업로드하고 싶을 땐 어떡하지?’ 같은 다양한 상황에서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를 ‘동의’에 초점을 두고 논의해 볼 수 있다. 이렇게 SNS 예절 수준의 상황부터 점차 확대해 가며 이야기 나누면 불법 촬영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 역시 개인의 결정권을 침해하고, 일상의 안전을 깨뜨리는 인권의 문제임을 인식하게 할 수 있다. 역시 ‘조심했어야지, 그래서 찍힌 게 누구래?’ 처럼 피해자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동의를 구하지 않은 가해자 잘못’에 초점을 맞추어 가해 행동을 저지하는 선량한 시민 편에 서는 노력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다. 공식적으로 교실에서 교사와 함께 ‘방관자 되지않기’에 관해 공부하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친구들과의 단체 채팅방에서 음란물 사이트를 퍼 나르거나 같은 반 친구의 프로필 사진을 캡처하고 이를 품평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를 생각해 보자. 평소에는 친구 사이가 나빠질까 봐 말 못하고 지나갈 수도 있는데, 수업 시간에 동의에 관해 배웠다면 ‘이런 거 하면 안 되지.’라고 말하기 쉬워진다. 방관자가 되는 걸 막는 것이다. 친구들이 호응해 주지 않는다면 성폭력이 될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은 자라나기 어렵다. ‘방관하지 않으면 가해도 자라지 못한다.’ 는 점을 강조하며 수업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