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 분야에서 장애를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사회학자들에 따르면 현대 사회의 장애 차별적 이데올로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평가절하되는 가치인 장애로 인한 차이, 의존성, 수동성에 대한 생각을 포함하고 있으며 장애인을 사회와 국가에 기여하는 시민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장애를 사회문화적 관점으로 이해하면 장애인은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등장과 함께 탄생했으며 장애란 그 사회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통해 사회적으로 구조화되고 문화적으로 재생산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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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회학자들은 학교교육에서 발견되는 장애 지식에 관한 불가시성
(invisibility)에 대해 지적하고 있으며, 특히 시각적인 형태로 제시되는 삽화에 대한 비판적인 탐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미지를 통해 전달되는 지식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반영함으로써 인간을 사회화하는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학교를 통해 전달되는 지식은 사회의 문화적 가치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전달 된 지식은 기존의 사회질서와 지배 구조를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소수의 문화 그리고 비주류를 배제하는 기능을 한다. 우리 사회가 가진 정상성 헤게모니는 정상적인 몸과 엘리트 문화의 의미를 정당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장애인은 사회문화적으로 배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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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러한 정상성 헤게모니는 장애에 대한 환상과 신비감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장애인의 타자화에 이바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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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인 이미지에 관해 비판적으로 탐구한 수전 손태그
(Susan Sont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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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분류되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이 유쾌하게 즐기고 있는 사진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러한 사진을 본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이 불행하리라고 상상할 테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사진은 우리에게 현실을 가리는 거짓된 이미지를 만들기도 하고 무엇이 볼 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알려 주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본다는 것’은 ‘경험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시각적인 이미지가 전달하는 지식에 대한 비판적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다이엔 아버스, <무제 6 Untitled 6>, 1970-71
출처: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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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로서의 장애
장애인이 가진 차이는 그들 자신에게는 신기하지 않지만, 다른 종류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관점과 지식은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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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장애인들에게 장애인의 다른 삶이 단순히 호기심이나 온정의 대상이 아니라 차이의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하지만 신경학자였던 올리버 색스
(Oliver Sacks)는 사회가 ‘정상’으로 규정한 범위에서 벗어나서 ‘비정상’으로 규정한 사람들의 차이의 가치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에 관한 글을 우리에게 많이 보여준다. 예를 들어 색스는 자폐증을 가진 ‘자연주의자 화가’ 호세
(José)와 같은 인물이 이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무관심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치지 못하고 그냥 스쳐 지나갔을까라는 안타까운 의문을 던진다. 호세는 한 번 본 그림을 정확하게 재현해 내는 능력으로 인해 ‘인간 복사기’로 불렸다. 그러나 색스는 그가 단순히 이미지를 대상으로 옮겨 그리는 것을 넘어 거기에 자신만의 상상력과 창조성을 부여함으로써 독창적인 그림으로 만들어 낸다는 것을 발견해 냈다.
호세, <카누를 타는 사람>
Oliver Sacks(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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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그림은 호세가 위의 사진을 보고 옮긴 것인데 원래의 이미지에 없는 극적인 요소가 나타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래 그림에서 배를 타고 있는 인물들은 호세에 의해 무엇인가를 하는 능동적인 인물들로 그려진 것으로 그만의 그림이 완성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색스는 이것이 자폐증을 가진 사람은 외부의 세계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립되어 살아갈 수 있으나, 동시에 독창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 한다. 색스는 장애를 단순히 의학적 관점에서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인간이 가진 차이로 바라보았다.
같은 맥락에서 ‘정상’에서 벗어나는 차이가 불이익이 되는 상황을 설명함으로써, 차이의 가치가 얼마나 쉽게 우리 사회에서 무시되고 있는지는 장애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992년 한국에서 태어나 25세에 ADHD 진단을 받은 여성인 정지음은 스트라테라
(Strattera)와 콘서타
(Concerta)라는 약물치료를 받게 되면서 현실감이 생기고 사람들과 조화롭게 일할 수 있게 된 반면, 딴 생각들이 차단되어 공상에서 오던 즐거움과 재미도 함께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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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경험은 장애를 단순히 비정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정상적 차이로 규정하는 문화 다양성에 관한 사고방식이 우리사회에 필요한 이유를 잘 드러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