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회를 향한 대학의 다양성 교육
이주연
고려대학교 다양성연구소 선임연구원
이보라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고려대학교는 다양한 배경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인종, 민족, 국적, 젠더, 성적 지향, 신체적 조건, 경제적 조건, 사회적 조건, 가치관, 행동 양식, 종교, 문화 등의 차이’를 인정하여,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포용적인 환경은 모두가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고,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공유하여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실천 능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다양성은 우리 대학의 발전을 이끌 핵심입니다.

- 2022 고려대학교 다양성선언문 중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구성원이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느 조직이든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차별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인정되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교육기관인 대학은 다양성과 포용(inclusion)을 위한 기반 마련은 물론이고,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다양성 역량(diversity competence)을 갖춰나갈 인재를 키워낼 교육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해외 대학의 경우, 다양성 관련 과목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버드, 코넬, 스탠포드, 옥스포드 등은 다양성을 위한 부서를 따로 두고 교육, 연구, 행정 전반에서 다양성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다양성 관련 정책을 마련하여 시행하며, 다양성을 주제로 교과 및 비교과 활동을 운영합니다. 최근에는 다양성 교육이나 훈련 프로그램(diversity training)을 개발하여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젠더, 장애 등의 개별 주제를 다루는 교육이 주를 이루며 포괄적인 다양성을 다루는 교육은 흔치 않습니다.
   고려대학교는 국내 대학 최초로 2020년 2학기 다양성 주제의 교양과목 <다양성과 미래사회>를 개설하였습니다. 2022년 2학기에는 세종캠퍼스에도 동일한 과목을 개설하고, 서울캠퍼스에는 영어 강의인 <글로벌 사회와 다양성(Diversity in a Global Society)>를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이 수업들은 모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특강과 다양성 관련 이론 강의, 다양성 이슈 토론, 학생들의 다양성 주제 발표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김채연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신은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이상욱 (한양대 철학과 교수)
정윤식 (초등학교 교사)
박은연 (기업 다양성 및 혁신 컨설팅 전문가)
박한희 (변호사)
민지영 (출판사 직원, 고려대 졸업생)
서명원 (가톨릭 신부)

2023년도 1학기 <다양성과 미래사회> 특강 강사진


2023년도 1학기 특강 예시


   이 글은 고려대학교의 다양성 관련 교과목 운영 3년여의 시기 동안,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며 축적한 내용을 검토하고 공유하고자 작성되었습니다. 다양성 교육의 내용과 방식은 교육 주체나 대상 등에 따라 각기 다를 수 있지만, 고려대학교 다양성 교과목 운영 내용을 되돌아보며 더 나은 다양성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대학만이 아닌 기업, 공공기관 등의 다양성 교육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성 교육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정리하고 발전을 위한 보완점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다양성, 다양성 교육이란?
다양성이란 정의하기 힘든 개념입니다.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생물다양성, 기업다양성처럼 다른 단어에 붙어서 마치 여러 가지 다양성이 따로 존재하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영어 사전(Oxford Learner’s Dictionaries)에서 ‘다양성(diversity)’의 의미를 찾아보면, “사람이나 사물이 서로 다른 것”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다름을 포용하는 의미도 있음을 함께 언급하고 있습니다. 정의에서부터 이미 다양성은 다름의 인정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통용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양성 교육이란 무엇일까요?
   최근 다양성 교육이 주목받고 있지만, 이전에도 민주주의 시민 교육, 다문화 교육, 인권 교육, 성평등 교육, 장애 인식 개선 교육 등의 이름으로 비슷한 내용의 교육이 있었습니다. 다양성 교육이 완전히 새로운 내용의 교육인 것은 아니며, 넓은 의미에서는 이 모두가 다양성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지 각각의 교육이 추구하는 목표와 내용이 조금씩 다를 뿐입니다.
   다양성 교육 또한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여기서는 <다양성과 미래사회> 수업의 예를 통해 개괄적으로나마 그 의미를 규정해보려고 합니다.
다양성 교육의 내용적 측면
다양성과 연관된 중요한 키워드는 ‘고유성, 나다움(being myself), 차이, 타인과의 관계, 유동적인(fluid) 범주, 상호교차성, 맥락, 존중, 배려, 공존, 어울림, 평등, 민주주의, 사회정의’ 등입니다.
   다양성 교육이 추구하는 목표는 다양성 존중을 위한 지식을 배우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와 가치를 정서적으로 내면화하며,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다양성 교육의 여러 측면


나 자신에 대한 탐구
‘기존의 수업들이 답답했던, 특이하다는 소릴 많이 듣는 학생들에게. 이 수업에서만큼은 나를 숨기지 않아도 된다!’ 1)

보다 열린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무엇보다도 나에 대한 이해를 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시간’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구성하는 다양성으로는 어떤 것이 있고,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성찰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타인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집니다. 나와 타자를 정의하는 것은 상대적이기에 타자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은 나를 이해하는 노력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나’라는 존재는 ‘타자’라는 존재를 통해서만 발견된다.

메를로-퐁티, metaphysics of the novel, 68



   이 수업에서 진행하는 정체성 바퀴 활동과 나에 대한 글쓰기는 ‘나다움’, 즉 나를 구성하는 정체성의 다양한 차원을 이해하고, 인간은 단일한 차원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정체성의 여러 차원이 서로 분리된 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교차하는 관계임을 이해하는 것은 다양성 교육의 중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정체성 바퀴의 예 2)


집단보다는 개인으로 생각하기 - 상호교차성
인종, 젠더, 장애 등 다양성의 여러 차원은 서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체성의 다원적 측면, 즉 상호교차적 특성(intersectionality)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호교차성에 대한 이해는 다양성을 집단 간 차이만이 아닌, 집단 내의 차이에도 주목하여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여성’, ‘흑인,’ ‘트랜스젠더’ 등으로 묶이는 범주 안에는 다양한 개인이 존재하니까요.

‘범주의 논리에 근거한 차별이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이전보다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성의 핵심 개념인 상호교차성은 단일하고 배타적인 정체성의 측면이 아닌, 상호구성하는 정체성의 복잡한 측면을 주목합니다. 우리는 단일한 정체성으로 구성된 것이 아닌, 다양한 정체성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는 존재이기에, 범주로 명명되는 집단보다는 그 내부의 다양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즉, 나는 여성이면서 한국인이며 중년 여성입니다. 나를 구성하는 정체성의 여러 차원이 교차하며 나를 만드는 것이지, 상호배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개인의 복잡성을 이해하며, 집단이나 범주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개인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소수/다수가 아닌 모두를 위한 것 - 맥락의 중요성
이런 특성을 이해하게 되면 우리를 구성하는 다양성의 여러 차원이 어떤 맥락에서는 나를 소수자로 위치시키기도 하고 다른 맥락에서는 다수자로 위치시키기기도 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가 특정 소수자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공감의 폭은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는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그들이 노력했기에 우리는 유아차를 편하게 이용하고, 무거운 짐을 가지고 이동해야 할 때, 또 내가 다쳐서 목발을 짚고 다닐 때도 편하게 이용하는 것이 아닐지요? 모두가 혜택을 누리고 있음에도 오히려 특정 집단을 비난하는 상황은 부당해 보입니다.
   장애는 그저 다른 특성일 수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 참여에 제한을 받을 때 비로소 장애가 됩니다. 휠체어를 타는 일은 제반 시설이 마련된 곳에서는 장애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는 장애로 작용하듯 말입니다.
   이동권은 모두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며, 교육을 받을 권리 등 다른 권리에 우선합니다. 이동하지 못한다면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모두에게 주어져야 하는 이동권이 누군가에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마땅히 받아야 할 권리를 요구하는 것으로 인해 비난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양성 교육은 다수의 입장이 아닌, 소수 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도록 합니다. 다수일 때의 입장에서는 불편하게 생각되지 않았던 것을 사회적 약자 당사자의 시각에서 생각해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지난 학기 <글로벌 사회와 다양성> 수업 수강생 중, 이동이 불편한 한 학생은 교양관에 정수기가 모든 층에 없어서 불편했고 물을 먹을 권리조차 박탈당하는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특권은 종종 그것을 소유한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문가의 경우, ‘privilege walk’나 ‘jelly beans’ 등을 활용하여 인지하지 못하는 특권을 알아보는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만, 이 수업에서는 질문지를 통해 알게 모르게 누리게 되는 특권에 대해 함께 생각해 봅니다. 해당 질문은 어떤 특권을 의미하는 것인지, 질문 중에 내가 특권이라 인식하지 못한 것이 있는지 등을 토론합니다.
  
질문의 예: ‘나는 휴학하고 등록금을 벌지 않아도 된다.’ ‘근처 어떤 화장실이든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당연하게 생각한 것이 정말 당연한가 질문하기
다양성 교육은 고정관념을 깨는 교육이기도 합니다. ‘정상성’으로 정의되는 것에서 조금이라도 다르면 불편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주로 누가(다수자? 혹은 소수자?) 불편한 것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성 교육을 통해 다른 것을 불편하고 이상하게 보던 관성에서 벗어나는 연습, 다름으로 인해 차별하지 않도록 민감해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다양성과 미래사회> 특강자 중 초등학교 선생님은 남자도 머리를 기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며 학생들이 고정관념을 가지지 않도록 교육하신다고 합니다. 이론적으로 배워서 혹은 미디어 등을 통해 편견임을 인지하더라도, 막상 뿌리깊게 자리잡은 편견을 단기간에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무의식적이고 내면화된 편견을 인지하고 다양성을 고려하는 사고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신경쓰기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다양성 교육은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한 것이 정말 그런 것인지,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남자와 여자의 역할은 정해진 것일까요? 남자와 여자 둘로만 나누는 것이 당연할까요?
   우리가 고정된 것으로 생각하는 젠더, 인종 등의 정체성 혹은 범주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 많습니다. 구분이 분명한 것으로 간주되는 인종에 대한 개념도 만들어진 관념으로 보기도 합니다. 때문에 이분법적 구분이나 단절된 형태가 아닌, 연속적인 스펙트럼의 형태로 보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다양성 교육에서는 당연하게 생각하던 다수의 ‘기준’에 대해서도 질문합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쓰던 표현 속에서 우리 사회의 기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수가 기준인 것을 보편적인 기준이라 생각하며, 다수의 기준에 따라 위계를 설정하고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합니다. 과거 장애인을 가리키는 용어가 그런 예이며, 최근에는 기존 위계 구도를 반대로 뒤집는 용어로 ‘비장애인-장애인’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기준이 되는 몸이 있습니다. 대부분 젊고 건강한 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사회의 규칙들은 기준에서 벗어난 몸이 되었을 때에야 불편함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다가 임신을 했을 때 빨간불로 바뀌는 시간이 빠름을 느낍니다. 다쳐서 목발을 짚게 되었을 때나 나이가 들게 되어도 마찬가지이겠지요. 내가 특권을 소유할 때, 기준이 되는 몸에 속할 때는 차별을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편견과 차별에 민감해지기
인종, 젠더, 장애 등 특정 주제를 다루는 교육은 각 영역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제공하지만, 포괄적 다양성 교육이 집중하는 것은 여러 차원을 관통하는 차별의 기제와 권력의 작용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차이’에 위계가 설정되면서 차별로 이어지는지, 구조적 차별은 어떻게 작용하는지 다양성의 여러 차원을 통해 살펴봅니다.
  학생들이 명시적인 차별과 무의식적 편견, 미묘한 차별(microaggression)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다양성 교육의 중요한 목표이기도 합니다. 차별을 차별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하며,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내면화된 편견과 차별을 이해하도록 여러 사례를 제시합니다. 내가 차별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서 차별이 없는 것은 아니고, 분명히 존재하는 차별을 인식하려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쓰던 표현이 어떤 면에서 차별적일 수 있는지 논의하고, 다양성과 포용에 민감한 용어와 표현을 고민합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 여러분 희망을 가지세요’나 (외모가 한국인이 아닐 것이라고 짐작되는 사람에게) ‘한국말 잘하시네요!’와 같은 말들은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하는 말이기 때문에 당사자에게 부정적 의미를 줄 수도 있다는 점이 간과되곤 합니다. 이런 말들은 사회적 약자를 불쌍한 사람으로 정형화하거나 지속적으로 우리와 다른 대상으로 구분하는 것으로, 상대를 동등하게 대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도록 합니다.
   편견, 고정관념, 차별에 대한 교육은 누군가로 하여금 불편한 감정을 가지게 할 수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차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결국 나와 타인의 행복한 삶과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것입니다.

소통과 공감
수업 전반에 걸쳐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기 위해 경청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소통과 공감 능력을 함께 익히게 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들어보고 대화하면서 포용의 폭을 넓혀 갑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우리 사회의 민감한 주제에 대해 소통할 기회는 이 수업이 가장 잘 제공하는 것 같아서 추천해주고 싶다.’

   나와 다른 사람의 차이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배우면서, 타인에 대한 공감과 소통하는 힘을 기르게 됩니다. 대학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다양성 교육을 통해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또한,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수업인만큼 안전한 교실 환경 제공이 필수 요건입니다. 토론을 위한 기본 규칙을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여 함께 정하고, 혐오발언을 제외하고 어떤 질문도 가능하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어떤 경우에는 질문 자체가 당사자에게는 상처일 수도 있으므로, 교실에서가 아닌 교수자에게 개인적으로 질문할 수 있는 창구도 열어두어야 합니다.

다양성 특강 사례: 임프라브 활동



과학적, 철학적 태도 – 비판적 성찰
학생들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별에 민감해지기 위해 관련 이론을 공부하고 차별로 작용하는 이유를 탐구하면서 다양성 관련 이슈를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됩니다. 이 수업에서 강조하는 점은 특정 입장의 강요가 아닌, 비판적 분석을 통해 일관된 자신만의 논리와 입장을 가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를 보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양성 이슈를 스스로 탐구하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제 안의 역량이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위와 같은 학생들의 수강 소감을 통해 학생들 역시 이런 점을 이 수업의 장점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양성 교육은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태도에 대한 교육은 비판적 성찰력을 키워주고,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도 다양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합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게 됩니다.
   나의 위치(socially situated)에 따라 시각이 달라지듯이 내가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 어떤 맥락 속에 있는지가 나의 관점과 생각을 결정합니다. 나의 위치가 나의 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하고 나의 지식의 부분성을 인정할 때, 오히려 오류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단, 판단의 기준은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가치에 근거해야 합니다. 사회정의, 평등, 민주주의 등의 가치에 비추어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백인우월주의자의 표현의 자유도 인정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을 혐오할 권리나 혐오할 자유는 없습니다. 공동체에 해를 끼치거나, 개인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은 허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요약하자면, 나와 타인, 사회에 대한 성찰, 상호교차성, 편견과 고정관념, 차별, 소통과 공감, 비판적 사고가 다양성 교육의 주요 주제입니다.
나가며
다양성 교육은 특정 소수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다수자를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소수자만을 위한 것으로 강조하는 정책이나 교육은 자칫 차이에 대한 생각을 심화시켜, 구분을 강화할 위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다양성 교육은 다수자와 소수자 모두를 위한 것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소수자는 여러 측면에서 배제되어 왔으므로 소수자를 포함하는 노력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다양성 교육은 소수자 중심으로 듣고 보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의식적으로 신경쓰지 않으면 다수자 중심으로 듣고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에는 소수자를 위한 것이 다수자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 다양성 교육은 문화에 한정된 것이 아니며 소통 방식과 사회 구조적 문제 등 다방면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일회성 교육으로 바로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고정관념과 편견을 몇 시간의(심지어 한 학기의 기간이라도) 교육으로 없애기는 힘들지만, 다양성 역량을 키워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다양성 교육의 목표입니다.
   다양성 교육의 핵심은 있는 그대로의 개인에 대한 존중입니다. 범주로 접근하여 누락되는 개인이 없도록, ‘leave no one behind’를 목표로 합니다. 둔감해서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차별하기보다는 민감함으로 인해 다소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누군가를 차별하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교수자 역시 때로는 이성애를 가정하거나 비장애인 중심의 무의식적 편견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만큼 깊게 내면화된 것일 수 있고, 그렇기에 민감해지는 것은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제 다양성 역량을 갖추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QS(Quacquarelli Symonds), THE(Times Higher Education), Clarivate 등 세계대학평가에서는 다양성 관련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또한 평가 요소 중 하나로 보기도 합니다. 3) 다양성이 글로벌 대학의 수준을 가늠하는 하나의 표준이며 혁신, 창의성, 문제해결능력 등의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필수요소라는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글로벌 기업 역시 다양성을 사회적 책임을 넘어 기업의 성장에 도움을 줄 역량으로 인식하기 시작하여, 지금의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에는 다양성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다양성 교육을 선도적으로 시작한 고려대학교에서도 다양성 교과목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사회적 책임과 사회의 문제해결에 기여하는 연구와 교육을 수행하는 다양성위원회의 활동이 다시 활발하게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데에 공헌하는 대학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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