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다양성 우수 사례: CJ제일제당에서 배우는 5가지
김수한
고려대학교 다양성연구소, 사회학과 교수

Economist가 매년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에 따르면 한국의 성별 다양성과 대표성은 OECD 회원국 중 11년 연속 최하위다. 2021년 100대 한국 대기업 전체 임원 6,664명 중에서 여성 임원은 322명(4.8%)에 불과하다. 다른 국가들은 어떠할까? OECD 평균 여성임원 비율은 28%, 핀란드 41.5%, 독일 36%, 스페인 32.6%이다. 한국과 비슷할 것 같은 일본은 12.6%에 이른다. 100인 이상 고용하는 한국기업에서 여성임원이 0명인 곳은 76%, 여성부장이 없는 기업 비율은 54%나 된다. 심각한 성별격차를 줄이고자 시행되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로 공격받고, 다양성이 조직운영에 부차적이며 방해가 된다는 시각을 가진 경영자들도 많다.                            

[그림1] 견고한 유리천장: 한국 상장기업에서 직급별 여성 비율, 2009년-2019년

* 자료 : 인적자본기업패널


   CJ제일제당은 이례적인 기업이다. 전체 임원 98명 중 여성임원이 25명으로 국내 100대 기업 중 여성임원 비율이 가장 높다. 다양성을 핵심가치로 삼고 인사제도와 경영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과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다양성과 기업성과를 함께 높인 비결은 무엇일까? 고려대 다양성연구소 연구진(양윤재 교수, 박종석 연구원, 필자)은 2022년 가을 CJ제일제당 본사를 방문하여 임직원을 면담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CJ제일제당의 사례를 통해 국내 기업이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해 주목할 핵심 요인을 소개하고자 한다. 다음에서 ① CEO의 다양성 비전과 리더십, ② 다양성을 지지하는 인사제도, ③ 소통과 수평적 조직문화, ④ 일·가족 양립 제도. ⑤ 일하는 방법의 변화 라는 5가지 요소에 따라 실천 사례와 시사점을 제시할 것이다.
CEO의 다양성 비전과 리더쉽
다양성에 관한 최고경영자의 이해와 철학은 CJ제일제당의 기업 핵심가치가 다양성과 연결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고경영진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추구하는 실천을 통해 기업문화 변화를 주도하였다. 이들은 다양성이 경영성과, 경쟁력, 혁신의 근간이 된다고 생각하여 다양성을 높이는 데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CJ제일제당이 다양성을 본격적으로 추구하게 된 것은 회사 경영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향하면서부터이다. “경영진은 글로벌 시장에 부합하도록 체질과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있고, 의지에 따라 정책과 교육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소비자의 생활과 밀접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고,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민감하게 소통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우리도 변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40대 여성임원이 연구진에게 전해준 설명이다. 내수 시장에 초점을 두던 종래 관행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기업전략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을 경영진들이 간파한 결과이다.
   일반 직원들도 다양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최근 복귀한 남성 직원은 다양성을 강조하는 회사 분위기를 들려주었다. “틀에 박힌 사고나 고정관념의 문화를 지양하고 다양성을 갖춰야 기업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9년차 근무 중인데, 신입 때부터 ‘인적자원(인재)’을 강조하는 기업문화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업문화에서 다양성을 존중하고 시너지를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양성을 지지하는 인사제도
CJ제일제당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며 역량을 발휘하는 조직 환경을 갖추고, 이를 통해 함양된 인재 역량으로 변화하는 환경에서 기업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수립하였다. 이를 위해서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존중 인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HR담당자는 DEI 존중 인사시스템을 이렇게 설명한다. “일상화된 도전과 공정한 경쟁을 통해 구성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인사시스템을 지향합니다. 공정한 인사제도란 직급과 연공이 아닌 역량 및 발휘한 성과가 기반이 되고, 열린 기회 속에서 도전과 경쟁을 통해 결과를 만들고 그에 걸맞은 인정을 받는 것입니다.”
   CJ제일제당의 DEI 존중 인사시스템은 성별과 연공서열을 배제한 역량 중심의 평가 및 승진 제도로 운영된다. “양성평등관점에서 다양성이 출발하게 되었고, 기업 내에 성별에 따른 차별이 없어요.... 글로벌 회사를 지향하면서 세계 다양한 국가의 직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했습니다.” “나이·직급 룰이 사라졌습니다. 인사원칙이 바뀔 수 있었던 것은 변화의지 때문입니다. 저연령 구성원의 성과를 사내 벤처를 통해 확인하면서 제도화했습니다. 과거에는 리스크(risk) 회피의 조직문화가 강했고, 잘못에 대한 징계와 책임 요구가 컸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CEO는 ‘리스크 책임은 내가 질 테니,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라’는 방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리스크를 감수하며 여러 도전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잡 포스팅’, ‘사내벤처’, ‘글로벌 모빌리티’ 등도 이런 배경에서 등장한 변화이다. 열린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추구하는 인력관리 시스템을 통해 뛰어난 인재들이 영입되고 역량을 발휘할 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협업을 통해 성과를 만드는 사람이 존중 받는 문화도 주목할 점이다. 한 남성 직원은 회사에서 누가 존경 받는지 말해준다. “고성과로 빠른 시기에 높은 위치로 올라간 사람을 탁월하다고 말합니다. 동시에 어떤 스타일로 성과를 내는지를 함께 봅니다. 부드럽게 조율하며 성과를 내는 사람이 롤모델이 됩니다.” 한 임원은 CJ제일제당에는 승진에 이르는 여러 경로가 공존함을 강조한다. “과거에는 정해진 영웅의 경로가 있었어요. 관리나 영업 쪽에서 일하고 해외지사 경험이 있는 사람이 주로 승진했죠. 최근에는 정답이라는 것이 없어졌어요. 승진하는 경우를 보면 제 각각의 색깔이 있습니다. 성과지향적이거나, 화합적이거나, 조직을 다양하게 겪어보았거나, 글로벌 맥락을 이해하고 있거나. 다양한 롤모델과 리더십이 존재합니다.”
소통과 수평적 조직문화
CJ는 2000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님’ 호칭을 도입했다. 처음에는 ‘님’ 호칭에 대해 거부감과 불편함이 존재했고, 공식적인 자리에서만 ‘~님’으로 부르고 하고 그 외의 자리에서는 직함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룹 회장이 앞장서서 ‘회장님’ 호칭을 없애면서 ‘님’ 문화가 확산되었다. 이러한 호칭 변화는 구성원들 간에 자유롭고 수평적인 대화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수평적인 호칭은 시작에 불과하다. 미시 문화(micro culture)를 변화시켜 개방적이고 수평적 기업문화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추가되었다. CJ제일제당에서는 일상적인 말, 몸짓, 행동에서 드러나는 위계적 관행들도 문제시 된다. “상급자에게 목례하기, 엘리베이터 잡아주기, 식사 자리 맡아주기, 대화 중 상급자가 하급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휴대폰 보기” 등과 같은 행동들이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관계를 막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팀 회의 및 유관부서 간 회의에서도 직급과 무관하게 자리 앉기를 시도하는 중이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과정에서도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했다. CEO는 임직원과 간담회와 모임에서 구성원간에 ‘파워 시그널(power signal)’을 드러내는 행위와 태도에 대한 주의를 당부한다. ‘파워 시그널을 보내지 말자’는 CEO의 당부는 구성원들이 상하관계가 아닌 협력관계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위계적 한국문화를 벗어나 글로벌 맥락에 맞게 기업 조직의 개방성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다. 이처럼 CEO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면서 조직문화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소통과 수평적 기업문화를 만들려는 노력은 공식적인 제도와 기구를 통해서도 이뤄진다. ‘사내 협의기구’ 활성화가 대표적이다. 직원 대표와 경영진 대표 간 협의기구로 ‘열린협의회’를 매 분기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소통과 고충해결을 추구한다. 이에 더하여 2022년 3월 회사와 구성원 공동의 이익을 위한 고충처리 및 근무조건 개선 등을 협의할 수 있는 ‘더 열린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종래의 열린협의회가 본사 사무직 중심으로 구성되어 직군/사업장별 의견을 청취하는 데 한계를 지녔으나, ‘더 열린협의회’는 사무직, 영업, 생산, R&D 등의 사업장 및 직군별 대표로 구성되었다. 제품의 할인한도 변경, 생산본부 근무복 개선, 주택자금 대출 금액 확대 등이 다양한 사안이 논의된다.
   수평적 문화가 확산되고 정착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CEO가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 내용을 실행하면서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얻기 때문이다. 또한, 구체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HR부서 역할도 중요하다. “구성원의 보이스를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1년 상반기, 하반기에 ‘Voice-On’을 통해 전제 구성원의 의견을 청취합니다. 또한, 정례적인 노사협의회 활동에 참석합니다. 그리고 이슈가 발생하거나, 도전과 혁신적인 문화와 관련된 과제가 있을 때 인터뷰를 합니다. 인터뷰는 2021년 이후 현재(2022년 11월)까지 3~4회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임원과 팀장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다면(多面) 피드백을 진행하며, 360도 평가로 진행합니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의견에 목소리를 내는 이유를 살펴보면, CEO가 경청하고 그 내용을 실행하면서 경영진에 대해 신뢰가 쌓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HR담당자가 연구진들에게 들려준 설명이다.
일 · 가족 양립 제도
“여성 경영진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그 동안 그(여성 경영진) 육성 과정이 단절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임원까지 육성되는 과정이 지속되어야 비율의 증가가 가능합니다. 제도적 지원을 통해 그 과정을 만들고자 합니다.” 고려대 다양성연구진이 면담한 임원, ESG 및 HR 담당자들은 출산과 육아의 어려움을 기업이 해결해 줘야 한다고 말한다. CJ는 출산과 양육으로 인한 이탈과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법적으로 보장된 수준을 상회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른바 “ONLY CJ모성보호제도”가 그것이다.
   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배울 점이 많다. 직원들의 요구가 있었고, 이를 수용한 경영진들이 적극적 의지가 결합되었다. “CJ모성보호제도는 그룹 차원의 활동으로, 출산육아기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통해 구성원의 니즈를 파악하고 고충을 해결하고자 하였습니다. 그 결과 법적 기한의 2배를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이 제도의 목표는 경력 단절을 없애는 것입니다.” “ONLY CJ는 원타임 제도가 아니라 육아와 휴직을 병행할 수 있는 긴 시스템입니다.”
   육아휴직 및 돌봄제도는 사용자가 경험하는 불편과 불이익을 없애기 위한 인사제도와 병행하여 운영되고 있다. 과거에는 육아 휴직 및 돌봄 제도를 이용하며 겪는 불이익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육아 휴직 및 출산 후 휴가 복귀 후 그 해 평가를 M평가(평균 점수부여)로 처리하고 승진 체류 년한 요건을 없애면서 제도사용에 따르는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였다. 또한, 모성보호 제도를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직원이 인사시스템에 임신 사실을 등록하면 자동 메일링으로 모성보호 관련 제도가 안내된다. “CJ제일제당에서는 여성이 차장이나 부장으로 끝이라는 통념이 없습니다. 육아휴직 시기 동안은 평가가 제외되어서, 복귀 후 일에 매진하면 인사평가 및 직급 상승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저도 육아휴직을 1년 쓰고 왔는데요, 육아휴직 후 복귀하여 승진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여성 임직원이 출산 및 육아로 경력에 불이익을 겪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CJ제일제당에는 가족돌봄 휴가를 사용하는 남성들이 많다는 것이다. “남성이 육아휴직이나 돌봄 관련 제도를 쓰려고 하면, 다른 기업의 경우 ‘남성이 왜 쓰나?’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런데 CJ제일제당은 해당 연차면 남녀 상관없이 다 쓰도록 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모성보호 휴직을 남성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예전에 (근무했던) 다른 기업에서는 여성만 출산 육아 휴직만 쓰는 분위기에서 솔직히 ‘나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 와서는 ‘나도 이 제도로 아빠 역할을 잘 할 수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사고의 전환은 가랑비 젖듯 체감되는 것 같습니다.” “휴가를 자유롭게 쓰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되고 있습니다. 휴가를 낼 때 상급자의 결재를 받지 않습니다. 오히려, 취소할 때는 결재를 받아야 합니다.” CJ제일제당과 같이 남성들이 가족돌봄 및 임신휴직 제도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성들의 제도활용이 중요한 것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가족 내 자녀뿐 아니라 돌봄대상자가 있을 때 필요한 제도이고, 여성들만 이 제도를 사용한다는 편견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복직한 남성 직원은 직장과 결혼생활에 의미를 찾았다고 말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가 있는 남성직원들은 1-2주 정도 자녀돌봄 휴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의 유대감, 가족간의 친밀감이 상승하면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가족친화적인 기업문화가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둘째를 가질 경우에도 육아휴직을 신청할 예정이다. “아기에게 중요한 시기이자 의미 있는 시기여서 부부가 함께 휴직을 결정했습니다. 가족이 함께 좋은 추억을 쌓고, 직장에서는 리프레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CJ제일제당의 가족친화적인 기업문화는 여성 직원뿐만 아니라 남성 직원도 육아휴직을 이용할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표1> ONLY CJ모성보호제도

제도 내용
난임부부 시술비용 지원 회당 최대 200만원 이내, 연 3~4회 지원
난임 지원 휴가 난임 시술을 받는 여성 근로자를 대상으로, 연간 6회 한도 내에서 회당 7일 휴가 지원
임신 휴직 임신 중인 여성 구성원의 휴직(무급)
임산부 맘제일 박스 임산부 전용 사원증 목걸이, 전자파 차단 담요, 임산부 전용 물품 등의 지급
임신 위험기 근로시간 단축 법적 기준 외 12~36주 사이, 최대 8주 이내 추가 단축근로 가능(유급)
임신 휴직 임신 중인 여성구성원의 휴직(무급)
출산 비용 지원 여성 구성원 출산 의료비 지원(건강보험 급여 대상)
출산 축하 선물 한우미역국 세트 또는 신생아용품 지급
배우자 출산휴가 배우자 출산시 1개월 이내, 2주 유급휴가 제공
배우자 유사산 휴가 배우자 유사산시 최대 3일
신생아돌봄 근로시간 단축 자녀 생후 3개월까지, 하루 2시간 이내 단축근로 가능(유급)
자녀입학돌봄 휴가 자녀 초등학교 입학년도 기준 2~4월 이내, 4주(유급 2주+무급 2주) 휴가 제공
자녀입학돌봄 근로시간 단축 초등 입학자녀 부모 대상, 최대 1년 이내로 하루 1시간 단축근로 가능(유급)
긴급자녀돌봄 근로시간 단축 일시적인 육아 이슈 발생시, 최대 1개월로 하루 2시간 이내 단축근로 가능(유급)

*출처 : CJ제일제당 공유 자료

일하는 방법의 변화
국내외 연구에 의하면 일하는 방법에서 집단적 일체감을 강조하고, 늦은 시간까지 회사에 남아서 일하는 관행은 기업에서 성별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주요한 원인이다. 성 불평등을 해소하고,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법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CJ제일제당은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상시 재택근무제, 온라인 도구를 활용한 소통과 협업 환경 구축을 추진하였으며, 업무 시간과 장소를 구성원이 자기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선택근무제는 생산직을 제외한 일반·연구직 구성원을 대상으로 운영되며, 시스템을 통해 구성원 스스로 근무 스케줄을 생성하고 1개월 단위로 출·퇴근시각 및 근무·휴무일을 변경하도록 하고 있다. 변경된 스케줄은 팀 리더 및 협업 동료에게 공유되어, 개인의 유연한 업무설계와 협업이 조화를 이루도록 운영된다.
   CJ제일제당은 코로나19 시기 안전지침 준수를 위해 근무장소를 조정하는 재택근무제 및 거점 오피스(서울역, 분당 등 5개 지역)를 도입한 뒤, 일하는 방식의 효과를 기대하여 2021년 7월 상시 제도로 전환하였다. 구성원들이 스케줄을 고려하여 재택 여부를 결정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일자 별 ‘재택근무’ 표시하면 다른 구성원에게 해당 내용이 함께 공유된다. 근무 형태 선택은 상급자의 결재 없이 본인이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의 도입은 자기주도적으로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조율하길 바라는 MZ세대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한 임원은 연구진들에게 “새로 들어오는 MZ세대 직원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점점 들어오는 직원이 늘어나면서 세대 차이를 경영진 및 기존 구성원이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라고 유연근무제도 확대 배경을 설명해주었다. ESG담당자는 유연근무를 회사가 포용성을 넓히는 것이라 설명한다. “업무를 보고해야 하는 시간과 장소도 자유롭습니다. 또한, 프로젝트에서의 본인의 역할을 스스로 정하여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것이 포용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연근무제 또한 중요한 제도입니다. 하루 8시간 근무가 기본이지만, 아이를 픽업해야 하는 등의 개인 사정에 따라 시차 출퇴근을 할 수 있습니다. 주 40시간에 맞춰 업무 시간을 배분하여 운용할 수 있는데, 상급자에게 허락이나 결재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결정합니다.”
   CJ제일제당은 장시간 근무가 관행적이었던 기업문화에서 유연근무제로 전환하며 효율과 자기주도를 강조하는 기업문화로 바뀌었다. “입사 초기에는 많은 시간을 근무하면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짧은 시간 내 효율적으로 업무를 마치는 것을 선호하는 문화로 바뀌었습니다. 업무를 마치기만 하면, 일찍 퇴근하거나 늦게 출근해도 괜찮습니다.” 이러한 기업문화의 변화에 따라 자기주도적이고 도전적인 구성원이 유입되고 있다. “과거에는 대기업에 안정지향적인 사람들만 오고, 리스크를 감수하며 도전을 하는 사람들은 스타트업으로 빠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유연근무 등의 제도적 변화 이후, 도전적인 직원, 글로벌 경험이 있는 직원이 많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워라밸 유지가 가져오는 좋은 결과물들이 있습니다. 우수한 인력을 유지할 수 있고, 몰입도를 증진하며, 조직문화혁신의 드라이브가 될 수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국내 기업뿐 아니라 대학, 공공기관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다양성 모범 사례를 보여준다. 고려대학교 다양성위원회가 규정한 다양성의 3대 요소인 개방성, 형평성, 포용성을 체계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첫째, 개방성(openness) 측면에서 평사원, 관리자, 임원 직에서 여성 대표성이 높다. 수평적이고 개방적 의사소통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고 실천을 한다. 둘째, 형평성(equity) 차원에서 직원 특성을 배려하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공정한 정책, 제도, 절차 등을 체계적으로 운영한다. 직무교육, 평가, 성과보상, 승진제도, 임산부, 육아지원, 업무운영 등에서 다른 기업들이 참고하고 배울 수 있는 정책들과 제도를 제공한다. 셋째, 포용성(inclusion) 차원에서 직원모두가 하나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느끼며, 동시에 차이를 인정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방식으로 일하기, 유연근무, 돌봄 휴가를 통해 일·생활 균형을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간다. 다양성이 존중 받는 기업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일과 삶, 일과 가족의 양립이 가능한 일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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